[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았던 '낙동강 변 살인사건'의 재심 개시 여부가 내년 1월6일 결정된다. 문 대통령이 가장 한이 되는 사건이라고 밝힌 만큼 재심 여부를 결정할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25일 법원 등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문관)는 다음 달 6일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최인철·장동익씨에 대한 재심 개시 여부 결정을 내린다. 낙동강 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4일 낙동강 변에서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범인이 2명이라는 목격자의 진술 외에는 별다른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 10개월 후 부산 사하경찰서는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유원지 공터에서 무면허 운전교습 중 경찰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금전을 갈취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최씨를 검거했다. 이어 최씨의 자백으로 장씨도 구속했다. 두 사람은 돌연 살인사건에 대한 범행을 자백했다. 이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하던 중 2013년 모범수로 감형돼 석방됐다.
경기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회의. 사진/뉴시스
재판 과정에서부터 출소 이후까지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두 사람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고문과 허위 자백이 있었다"며 2017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4월에는 사건을 재조사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경찰 고문에 의한 두 사람의 허위 자백으로 해당 사건의 범인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빠르게 진행된 심리는 개시 8개월 만에 결론을 내게 됐다.
이 사건은 문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 시절 직접 변호를 맡은 사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0년대 부산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문 대통령은 당시 두 사람의 무죄를 확신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돌밭에서 달도 없는 캄캄한 밤에 시력이 아주 나쁜 장씨가 범행을 저질렀을 리 만무하다"면서 "변호사 35년 생활 중 가장 회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낙동강 변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SBS캡쳐
해당 재판에서 검찰은 "4심을 손쉽게 인정하면 4심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과거사 사건은 법관의 적극적인 사실 인정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법리에 비춰 직무상 범죄가 성립하는지 적극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심 개시 여부는 재판부에 달렸다. 다만 이번 사건이 재심의 사유를 여럿 충족하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원심의 판결에서 증거로 활용됐던 자료들이 위조나 변조됐다는 사실이 증명됐을 경우, 원 판결에서 활용됐던 주장과 감정 등이 허위 사실이었다는 것이 증명됐을 경우, 원 판결에 관여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이 해당 직무에 관련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증명됐을 경우에 재심을 할 수 있다.
10년 이상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한 변호사는 "재심의 경우 이미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펼쳐지는 재판인 만큼 모든 사안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면서도 "과거사위가 이미 원 판결의 판단 증거와 자백이 조작됐다고 판단한 만큼 재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