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불법파견" 법원 잇단 판결에도…변하지 않는 ‘현대차’
2010년부터 17차례 불법파견 판결…비정규직 지회 "인간중심 경영 찾아보기 힘들다"
입력 : 2019-12-22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현대·기아차 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불법파견 판결을 내놓고 있지만 불법파견 행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법원의 불법파견 인정 범위는 직접 생산 공정뿐만 아니라 서브공정, 운송·물류까지 인정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모빌리티(이동수단) 그룹에 도전하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인간중심을 외치면서 정작 노동환경 개선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2일 법원과 현대·기아차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2004년 현대차 사내하청 9234개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지 15년이 지났고, 지난 2010년 7월22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 하도급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17차례의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인정 판결이 있었다.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는 원청 공장 소방업무 노동자들에 대한 판결 등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6개 지회 공동투쟁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6월 '현대·기아차 불법 파견 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 촉구'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원은 최근 직접 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완성차 선적 업무나 지게차 수리같이 간접 생산공정도 불법파견에 포함시키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8부(재판장 최형표)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내구주행시험 차량을 운전하는 드라이버 근로자들 31명에 대해 현대자동차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결했다. 지난 8월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완성차 수출을 위해 야적장으로 운반하는 하청업체의 탁송 근로자나 현대차 남양연구소 하청업체에 소속된 팀장급도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률 사무소 새날의 김기덕 변호사는 "컨베이어 등 자동생산흐름에 따른 생산 공정뿐만 아니라 사내하청 업무 대부분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대차의 불법파견 행태는 여전하며 적극적으로 직접 고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그룹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000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했으며 2021년까지 3500명의 근로자를 더 정규직 채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정책의 수혜자는 1차 협력업체 인력 일부일 뿐 2, 3차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는 미치지 않는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때문에 현대차의 정규직 채용 방침에도 사내하도급 직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지난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긴 하지만 구제되는 경우는 대부분 대법원까지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라면서 "판례를 보면 자동차 생산공장에서의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쪽으로 기우는데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지속하고 있고 정부는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아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부회장은 이같은 현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 미래 기술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MIF) 2019'에 참석해 미래 모빌리티 개발 철학을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현장에서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혁신적 모빌리티가 무슨 의미가 있나"면서 "현대차도 인간 중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모빌리티를 연구 중"이라며 인간이 핵심 가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대외적으로는 인간 중심을 외치며 안으로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관계자는 "현대차에서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지난 십여년간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정규직 신규 채용'을 해주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원하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전제로 한 정규직 전환과는 다르다"면서 "사용자(정의선 부회장)가 이야기 하고 있는 인간 중심의 경영은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MIF) 2019’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개발 철학을 발표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