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는 빅데이터 기술이 넘어야 할 네가지 장벽으로 실현가능성(practicality)과 개인정보(privacy), 힘(power), 특권(privilege) 등을 제시했다. 실현가능성의 경우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결될 수 있지만 나머지 세가지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비드 파커 SAP 빅데이터 부문 부대표는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문제는 좋은 의도로도 나쁜 의도로도 활용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의 4대 장애요인. 자료/와튼놀리지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 방대한 정보가 집적된 것이기 때문에 힘과 특권이 따른다. 그만큼 이를 오남용 하거나 조작할 위험도 커지는 셈이다.
현재 일부 IT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맞춤형 광고 및 마케팅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만약 소비자의 동의 없이 개인의 검색 및 쇼핑기록 등을 마케팅에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커진다. 소비자가 동의를 했더라도 기업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수집해 빅 브라더처럼 감시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미리 얻은 정보로 수백만분의 일초 사이에 증권 거래를 해 불법적인 수익을 올리는 초단타매매 기법도 대표적인 빅데이터 오용 사례다. 빅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특정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비식별화한 정보도 수많은 다른 정보화 조합해 다시 특정화 할 수 있다는 문제도 생긴다.
이미 미 농업부는 빅데이터 오남용으로 시장 질서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 하에 농장들이 거래하는 회사와 관련된 정보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조만간 빅데이터 사용과 관련한 윤리적인 문제가 기업활동의 큰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18년이면 절반 정도의 기업이 데이터 오남용으로 도덕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는 "윤리적인 문제 이외에도 명성 실추, 경영활동 제한, 경쟁 실패, 자원 낭비, 법적 제재 등의 다양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빅데이터 사용 이전에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빅데이터의 방대한 양과 다양성, 데이터 분석기법의 정교화 등을 고려하면 문제의 파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빅데이터 사용 실패는 단순히 기술적인 실패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가치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기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한 데이터가 적절하고 정당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절차를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데이터 분석을 더 정교화 할 수 있는 고급 분석기법에 투자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로 인한 피해는 기업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일부 직업은 벌써부터 빅데이터의 위협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형 소매업체의 구매책임자는 한때 트렌드 감지 능력을 바탕으로 높은 대접을 받았지만 이제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밀리는 신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매출 둔화 및 쇼핑 패턴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기업들은 사람의 직관적인 판단보다는 구체적인 숫자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는데 빅데이터 분석이 나타나면서 이같은 변화가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 소매판매 업체인 월마트는 구매책임자가 사임한 후 후임을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미국의 각 주별로 휴일 명절기간에 많이 검색되는 식품과 재료, 요리법을 파악하기 위해 올해부터 구글 애널리스틱 데이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백화점 체인 콜스(Kohl's)도 1년 넘게 구매책임자를 찾다 결국 마케팅 책임자가 구매 책임자 일을 함께 맡도록 했고 또 다른 백화점 체인 JC페니도 제품 진열, 공간 할당, 재고 보충 등과 관련해 과학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추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구매결정을 내리기 전에 들여다봐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아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빅데이터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에 대한 경계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