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도돌이표'에…국민연금 '누적적자' 매년 30.8조
국민연금 개혁안 정국 '화약고' 부상
여·야, 모수개혁·구조개혁 놓고 이견
2024-05-27 18:01:19 2024-05-28 14:12:31
[뉴스토마토 윤지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민연금 개혁안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소득대체율 44%' 전격 수용 이후 여야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놓고 정면충돌, 국가 백년대계인 연금개혁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는 27일에도 국회의장 주재로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국민연금 누적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연금개혁 지체 땐 향후 70년간 누적 기금 적자분만 2000조원이 넘는다는 추계 결과도 있습니다. 
 
윤석열정부의 3대(연금·노동·교육) 개혁 중 1순위로 꼽히는 연금개혁은 여야가 2022년 10월부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가동한 이후 19개월간의 논의에도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했는데요. 앞서 여야는 국회 연금특위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다만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의 인상 규모를 두고 국민의힘 44%, 민주당 45%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행 유지 땐 2055년 기금 '고갈'
 
보건복지부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현행 제도인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땐 향후 70년간 누적될 기금 적자는 2156조원에 달합니다. 매년 30조8000억원, 매월 2조6000억원, 매일 856억원씩 적자 규모가 증가한다는 가정으로 계산한 수치입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한 이후 연금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기금은 빠르게 소진됐지만 추가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1990년생이 국민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2055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또다시 '도돌이표'입니다. 지지부진하던 국민연금 개혁안 논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21대 국회 막판 '화약고'로 부상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제안했던 안 중 하나인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의 연금개혁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17년 만에 찾아온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한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대로 개혁안을 좌초시키는 것보다는 반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낫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수개혁에 대해 민주당이 통 크게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했음에도 합의를 이뤄내 처리하지 못하는 게 많이 아쉽다"며 "21대 국회 마지막까지도 추 원내대표께 합의를 위한 노력을 더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모수개혁은 제도의 기본적 형태는 그대로 둔 채 세부적인 지표들이 숫자 즉, 양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하게 됩니다. 모수개혁은 기존 제도들의 구조에 손을 대지 않고 세부적인 지표의 숫자를 올리거나 내리면 되는데요.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연금의 전체 양, 총 급여규모 및 총 재정규모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나경원 모수개혁 선회…대통령실 '마이웨이'
 
반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은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큰 2개의 축이 있다"며 "국민의힘은 한번 결정하면 적어도 20~30년 지속돼야 하는 개혁이라는 점에서 모수개혁만으로 일단락 짓고 다시 구조개혁을 한다면 모순과 충돌이 생기고 세대 간 갈등 등 우려되는 것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당이 주장하는 구조개혁은 연금의 제도 형태를 개편하는 방식으로, 급여구조를 현재의 소득비례-균등 급여 혼합방식에서 소득비례방식 또는 균등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 제도의 형태 변화와 모두 관련되므로 구조 간의 조정이 복잡하고 합의가 어렵지만 연금 규모의 확대나 축소보다는 각 제도의 구조적 형태와 제도들 간의 정합성에 대한 것이기에 잘 설계한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차기 당권주자인 나경원 당선인과 윤상현 의원 등이 "첫 단추라도 끼워야 한다"며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당 지도부와 결을 달리했습니다. 여당 내부에서 당론과 다른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대통령실의 일방통행 탓에 국민연금 개혁안은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에 대해 논의했지만 '모수개혁'이냐 '구조개혁'이냐를 두고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연금개혁안 대립을 두고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 세 가지 관계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훨씬 어렵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모수개혁을 먼저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시민대표단이 결론 내린 게 있고, 거의 합의가 된 상태인데 이걸 하지 않는다는 것은 관련 전문가들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연금개혁안이 표류하고 있는 현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지혜 기자 gihea020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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