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파동 격화…귀 닫은 이재명, 반발하는 홍익표
홍익표, 비공개 최고위서 공천·여론조사 문제 지적
'단식' 노웅래 "컷오프 수용? 기가막히다"
총선 승리 놓칠라…민주 의원들, 전전긍긍
2024-02-23 18:33:22 2024-02-23 19:22:24
[뉴스토마토 김진양·신태현 기자] '공천 파동'에 휩싸인 민주당이 침몰하고 있습니다. 비선조직의 밀실 공천 의혹을 비롯해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투톱'이 정면 충돌했습니다. 특히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공천이 불공정하다"며 비판했습니다. 이들이 충돌로 당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입니다. 공천·경선 결과에 반발하는 의원들은 연일 속출하고 일부는 단식과 탈당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호가 난파선처럼 표류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문제 삼은 홍익표…김우영 공천에 "해당행위"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홍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리서치디앤에이'를 경선 자동응답(ARS) 조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리서치디앤에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을 뺀 여론조사를 실시한 업체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현역 의원 평가기관으로 선정, '하위 20%'를 통보받은 의원들에 대한 일부 여론조사도 실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 원내대표의 문제제기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임혁백) 심사 결과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습니다. 서울 은평을 경선이 확정된 김우영 전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의 공천 결과를 문제 삼았는데요. 강원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은평을로 방향을 틀어 당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김 전 위원장은 친문(친문재인)계 강병원 의원과 경선을 합니다. 홍 원내대표가 비명(비이재명) 제거 '자객 공천'을 비판한 셈입니다. 홍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해당행위' 표현도 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합니다. 
 
민주당 내홍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이례적으로 민주당사에서 개최했습니다. 전일 컷오프(공천배제) 통보를 받은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이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개인적으로도, 당의 입장에서도 모든 분들을 다 공천하고 함께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면서도 "불가피함을 이해하고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앞선 결정을 번복할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노 의원은 "(내가) 수용해 달라고 하는 것은 시스템 공천"이라며 자신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는데요.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난 노 의원은 "기준도 없이 고무줄 잣대로 이렇게 (컷오프를) 한다. 그걸 지적하고 바로잡으려 하는 것인데 당을 위해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하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피해받지 않기 위해 눈 부라리고 단식이라도 해야 더 마음대로 못하겠지라는 마음"이라며 "당에 대한 애정이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이 대표가 노 의원을 찾아 "당이 엄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단식 중단을 요청했으나, 노 의원은 "나와 선대의 명예를 위해 농성을 지속하겠다. 이 대표는 대표로서의 길이 있으니 대표의 길을 가라"고 거절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단식농성 중인 노웅래 의원을 면담한 뒤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스로 기획해 놓고 책임도 안 진다"…커지는 총선 패배 우려 
 
'불편한 소리'에 귀를 닫은 이 대표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노 의원뿐이 아닙니다. 전날 컷오프 통보에 탈당을 선언한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도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며 "대선 패배 후 이 대표를 찾아가 검찰개혁을 두 달 내에 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이 대표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직격했습니다. 
 
작금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반성과 사과의 말을 전해도 모자랄 마당에 의원총회에는 얼굴도 비치지 않고, 현역의원 하위 평가자를 언급하면서는 실소를 터트리는 이 대표의 모습에 실망을 감추지 않는 의원들도 다수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야당은 언제나 시끄러웠다"면서도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마당에 편가르기나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화살을 피하고 싶어 의총도 안 온 것 아니겠냐"며 "본인이 기획한 일이면서도 책임도 지기 싫어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도 "(공천에 대해) 상식적으로 봐서 문제가 없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최근의 상황이 불만족스러움을 짧게 답했습니다. 
 
총선 패배 공포감은 연일 커지고 있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 승리라는 단일 목표로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당 내의 갈등과 잡음을 불필요하게 키우는 것은 어리석은 접근"이라며 "윤석열정부 심판을 위해 민주당을 선택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주춤할 수 있다. 공천 잡음이 커지거나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호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도 이날 기자와 만나 "총선을 생각한다면 (당을) 잘 추슬러서 가야 한다"고 독려했습니다.  
 
김진양·신태현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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