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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5주기…노동계 “일하다 죽지 않아야”
여전히 산업 현장서 산재 사망사고 반복
“중대재해법 50인미만 유예연장 안돼”
2023-12-08 17:51:41 2023-12-08 18:31:48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28번의 위험 시정요구와 2인1조만이라도 시행됐다면 아들이 사망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수십년 전 영국에서는 기업살인법이 도입됐는데, 왜 우리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때문에 기업이 위축된다고, 곧 나라 망할 것처럼 난리를 피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 기업 살리는 것 이상으로 사람을 먼저 살리는 것이 중차대한 문제 아닌가.”
 
2018년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최근 충북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린 ‘김용균 5주기 현장 추모제’에서 이같이 토로했습니다.
 
오는 10일이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사망한 지도 꼭 5년째가 됩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고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 등이 지난 6일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고 김용균씨를 기리기 위한 추모제가 진행했다. (사진=김용균재단)
 
산업 현장에서 여전히 안타까운 산업재해 사망사고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8월 지난해 계열사 공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SPC그룹 생산라인에서 또다른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했고, 10월에는 60대 쿠팡 하청 택배노동자가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정현철 금속노조 경기지부 지회장은 “현장에서 정말 어이없는 사고들이 발생한다. 지게차에 후미등과 경보장치를 안 달아서, 개구부를 막지 않아서, 회전하는 롤러에 방호망을 달지 않아서, 안전난간대를 설치하지 않아서, 마모된 슬링벨트를 사용해서, 크레인 후크 해지기능을 해제 후 사용해서 노동자들이 죽는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신경쓰면 살릴 수 있는 사고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동자들, 다양한 산재피해 호소
 
노동자들은 사망사고 이외에도 다양한 산재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지부장은 “최근 학교 급식실의 폐암 문제로 전국 100여명이 폐암을 진단받았다”며 “대부분의 급식노동자들이 오랜 급식으로 손가락 기형이 있거나 무거운 쌀포대와 식자재를 들어 허리디스크를 앓아도 산재 입증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고미숙 전국활동지원사노조 조직국장은 “활동지원사들은 장애인의 부상을 막으려다가 자신이 골절상을 입거나 이가 부러지고,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트라우마 등을 겪는다. 성희롱과 추행 등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한다”라며 “일하다가 겪는 부상과 질병이지만 산재로 치료하는 비율은 10% 안팎”이라고 말했습니다.
 
고 김용균 5주기 추모위원회 등이 지난 6일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고 김용균씨를 기리기 위한 추모제가 진행했다. (사진=김용균재단)
 
최근 정부와 여당은 50인 미만 사업장들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유예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80만여개에 달하는 대상 기업들이 준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 통계를 보면, 산재는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874명으로, 이 가운데 81%인 707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지난 7일에는 고 김용균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서 원청 대표가 최종 무죄 선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노동 안전권과 생명권을 얻기 위해서 아직 현실의 벽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김용균씨 사망은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결과”라며 “젊은 노동자가 밤에 혼자 일하다 사고가 나서 목숨을 잃었는데도 결국 원청 책임은 없다는 판결은 왜 중대재해법이 필요한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김용균씨와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중대재해법을 온전히 시행해야 김용균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주 사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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