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장 위축에 기로 선 건설사…주택 사업 ‘쏠림’ 관건
신사업 외쳤는데…주택·건축 중심 매출 구조 여전
DL이앤씨·현대건설·GS건설 등 주택 매출 비중 높아
2023-03-21 06:00:00 2023-03-21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지난해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주택(건축)사업 중심의 매출 구조를 바꾸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건축·주택 부문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 모습입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작년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GS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7곳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79조원으로 이들 건설사의 국내 주택·건축 부문 매출액은 46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사옥. (출처=각사)
 
주요 건설사, 작년 매출액 절반이 주택·건축 부문서 발생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 사업과 친환경 인프라 등 신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작년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58.8%가 주택·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의 경우 매출액(21조2391억원) 중 국내 건축·주택 부문 매출액이 10조5958억원으로 49%를 차지했습니다. 국내 건축·주택 부문 매출 비중은 전년동기(48.6%) 대비 소폭 늘어난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국내 토목 사업 매출(1조1906억원)은 5.5%로 1.3%포인트 감소했으며 플랜트·전력 사업은 5.9%에서 1.2%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매출액은 21조23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57% 늘었지만,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매출원가율은 92.9%로 2.8%포인트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5749억원으로 23.7% 감소하는 등 내실은 떨어진 상태입니다. 특히 앞서 현대건설은 2022년 경영계획 발표 당시 국내 신규 수주 비중을 65%로 줄이고 해외비중은 35%로 늘리기로 했지만, 실제론 국내 매출 비중이 79.9%로 2021년(71.8%) 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DL이앤씨 또한 작년 매출(7조4968억) 가운데 약 69.8%인 5조2522억원이 주택공사 건설용역, 부동산 관련 서비스와 같은 국내 주택사업에서 발생했습니다. 해외 주택 사업(426억원)까지 더할 경우 70.4%가 주택 부문입니다.
 
반면 토목사업과 플랜트 사업 비중은 각각 19.7%, 13.8%에서 17.8%, 11.7%로 떨어졌습니다. 별도 기준 매출을 봐도 주택 사업은 3조6984억원으로 4.3% 오른 데 반해 플랜트는 6891억원으로 21.4% 급감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GS건설은 자체 공사에서 국내 주택 사업이 차지하는 금액이 8398억원으로 전년(7893억원)보다 늘었지만 매출비율은 8.7%에서 6.8%로 소폭 줄었습니다. 다만 국내 도급 공사를 보면 건축·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56%에서 66.5%로 뛰었고 신사업은 작년과 같은 0.2% 비중을 기록한데 그쳤습니다. 플랜트와 인프라 관련 비율은 각각 8.1%, 5.0%에서 2.3%, 2.4%로 줄었습니다. 플랜트부문에서 분할된 ECO사업부 비중은 1.2%입니다.
 
물론 건설사 나름대로는 신사업과 해외부문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는 실정입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매출액(14조5980억원) 가운데 73%가 건축부문으로 나왔는데 국내 건설, 주택사업 용역 등이 9조3737억원을 차지했습니다. 다만 수주 총액을 보면 건설사업이 75조2623억원으로 90%에 달했으며 주택사업 도급액과 잔고는 1년 새 각각 2.3%, 1.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새 먹거리 마련 본격화 여부 '주목'
 
대우건설의 경우 매출에서 주택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말 68%에서 작년말 61%로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토목(16.4%→18.2), 플랜트(10%→13.9%) 부문은 증가했습니다. 특히 대우건설은 지난해 해외 사업을 확대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7600억원)을 경신했던 만큼, 주택 사업 쏠림을 개선 여부가 실적을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은 국내 도급 공사에서 건축 부문 비중(별도 기준)을 50.6%에서 42.7% 줄이고 플랜트(18.7%→19.4%)와 인프라(9.6%→11.6%)로 늘렸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외주주택 매출이 1조9946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18.6% 줄었습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건설업계에 대해 “건설사 모두 레거시(legacy) 부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사업을 점차 늘려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며 “ 분양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수주 심의 기준을 높인 건설사 또한 과거와 같이 적극적으로 주택 사업을 수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지속 상승한 주택가격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상당히 위축됐다”면서 “(아파트 매매거래량 등) 근본적으로 업황이 개선되리라는 시그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