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바캉스와 황금연휴
입력 : 2017-09-08 06:00:00 수정 : 2017-09-08 06:00:00
집을 비워놓고 멀리 떠나 휴식을 취한다는 바캉스(vacance)라는 말은 '텅비우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왔다. 이 말이 프랑스에서는 '휴가'라는 뜻으로, 영어에 들어와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vacation, vacancy로 쓰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바캉스에 직접 영향을 미친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는 학생이나 교사, 혹은 법관 등에게 주어진 비교적 긴 휴가를 뜻했다. 산업화이후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근로자들에게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해지면서 바캉스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1개월 가까운 유급 휴가를 쓰지는 못해도 영업일 기준 5일정도 여름휴가를 떠난다. 직장이나 직책에 따라 자유롭게 쓰기도 못쓰기도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휴가'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휴식이 경쟁력'이라는 신조로 대선 공약에서도 국민 휴식권 보장을 약속했다. 쉼을 통해 내수를 진작 시키고, 근로자의 '휴식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먼저 지난 8월 강원도 평창과 경남 진해에서 5일간의 여름 휴가를 보냈고, 오는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황금연휴를 통한 국민들의 휴식권을 확대시켰다.
 
최장 열흘간의 황금연휴에 대한 기대는 크다. 추석을 감안하더라도 여름휴가보다 더 긴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연휴가 내수 회복의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례도 있다. 작년 5월6일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8일까지 황금연휴를 만들었었는데 당시 백화점 매출액이 16% 증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휴로 인한 경제효과가 최소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3일 연휴가 됐을 때 현대경제연구원은 여행비 등 소비지출액을 1조9900억원, 숙박·음식·운송 서비스업 등 분야의 생산유발액을 3조8500억원으로 추산했었다.
 
문제는 이런 내수효과 기대에도 '황금연휴'가 그림의 떡인 서민들도 많다는 데 있다. 일례로 백화점 매출이 급증했다는 점은 그만큼 서비스업 직종 근로자들은 계속 일해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모처럼 쉬는 근로자들이라 할지라도 놀러 가기가 두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미 치솟을 대로 치솟은 비행기, 숙박시설 가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석 차례를 지낸 후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떠나려던 수많은 근로자들이 2~3배씩 뛰어버린 가격에 포기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올 여름만 봐도 그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휴가 관련 품목 전월대비 물가 상승률이 전체 상승률보다 10배나 높았다. 콘도이용료는 21.0%에 달했으며 해외단체여행비는 15.9%, 호텔숙박료 9.7%, 국제항공료 8.8%, 국내항공료 3.3%, 국내단체 여행비 2.7% 등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물가다.
 
정부도 해마다 성수기를 틈타 '바가지요금'을 받는 호텔이나 식당 등 휴가철 피서지물가 관리에 나선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듯 휴가철, 연휴철만 되면 오르고 또 오른다. 이번 추석이 진정한 재충전의 '황금연휴'가 되기 위해서는 날짜만 지정하는 것 뿐 아니라 국민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바캉스 휴가의 어원이 '바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동해·남해·서해든 산이든 계곡이든 국민들이 진짜 휴식을 취하러 떠날 수 있는 문재인정부의 첫 황금연휴 프로젝트가 성공한 연휴로 남길 기대해본다.
 
김하늬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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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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