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농어촌 지역 의석수를 줄일 수 없다는 여당과 비례대표를 축소하면 안 된다는 야당은 평행선을 달렸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진통을 거듭한 끝에 추석 이후로 논의를 미뤘다.
23일 국회 정개특위는 전체회의와 공직선거법 심사소위원회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농어촌 지역 대표성이 훼손되는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이 턱없이 적다. 여당은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며 대안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회를 거듭한 여야는 내부 입장을 정리해 추석 직후에 간사 회동을 열기로 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지역구 의석 수를 244~249개의 범위 내에서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246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안이다. 이대로 결정되면 농어촌 지역 의석수는 줄어든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최대·최소 선거구 사이에 인구가 3배 이상 차이가 나서 투표 가치에 불평등이 있다"며 선거구 인구편차를 2대1로 조정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선거구획정위 안이 나오면서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불똥은 비례대표로 튀었다. 농어촌 의석수를 줄이지 않으려면 비례대표 축소가 불가피해서다. 이날 정개특위에서도 "농어촌 의석수가 줄어들면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될 것"(새누리당 경대수 의원), "서울보다 면적이 넓은 곳에 국회의원을 1명만 두는 모순적 상황"(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헌재가 결정한 투표 가치의 평등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 "비례대표를 줄이면 정개특위는 '밥그릇특위'로 기록될 것"(정의당 정진후 의원)이라며 맞섰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여야 그리고 도시·농촌 의원 간 입장차가 드러난 상황에선 독립기관인 선거구획정위가 마련한 안을 정치권이 받아들이는 게 순리"라며 "이해관계에만 매달려 밥그릇 싸움으로 흐르다가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편이 누더기가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정치개혁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에서 "여야 거대 정당은 현행 선거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에서 이학재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