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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인터넷전문은행 파괴적 혁신 필요하다
2015-09-06 12:00:00 2015-09-06 12:00:00
지난 8월, 중국에서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위뱅크(WeBank)가 모바일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예금, 적금, 펀드,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프라인 지점이나 인건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적으니 기존 은행보다 대출금리나 수수료가 낮춰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정보기술(IT) 및 금융회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인가를 받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려고 준비중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 분야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강한 규제를 받아오던 금융 분야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할 일이 많지 않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문제가 크기 때문에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기는 어려울 거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몇 해 동안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생긴 일들을 보면, 금방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제공되기는 어렵겠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외 한류 팬들이 공인인증서가 없어 ‘천송이 코트’를 사지 못한다 하여, 대통령이 나서서 ‘공인인증서 폐지’를 주문하였으나, 온라인 쇼핑몰,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의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보안 문제가 더 중요해지면서 규제가 강화되어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더 설치해야 하는 등 사용자들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중국은 알리페이를 비롯한 원스탑 서비스로 모바일 상거래가 급증하고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전세계로 성장하고 있다. 왜 IT강국 한국은 인터넷 분야에서 앞서가다가 모바일 분야에서는 다른 나라에게 추월당하고 있을까?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은 이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다. 이 이론의 핵심은 기술 분야에서 선두 기업도 순식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코닥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확보했지만, 기존 사업이 카메라 필름 판매 사업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의 성공을 알면서도 사업화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더 빨리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갖게 된 이유 역시 다른 선진국이 아날로그 교환기를 많이 가진 데에 비해 곧바로 디지털 교환기를 도입하여 다른 선진국을 파괴적 혁신을 통해서 추월한 것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기술의 정점에 오르게 되면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기존 인터넷 인프라가 모바일 성장의 발목을 잡아 모바일 분야의 저비용의 경쟁자들에게 선두 자리를 내어주고 몰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파괴적 혁신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야 한다. 즉, 가장 저가의 로우엔드(low-end)부터 치고 올라가는 전략을 써야 한다. 코닥이 망한 도시 로체스터에서도 산업 다각화가 일어나 의료 및 교육산업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코닥의 빈자리를 메우고 다시 일어났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우리는 정상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계속 취해있기 보다 모바일 분야에서 밑바닥으로 내려가 처음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존의 금융과 정보기술의 복잡한 요구사항들을 충족시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기 보다는 급속도로 성장중인 모바일 시장의 도전자로서 밑바닥부터 파괴적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정상에 있는 상황에서 내려와야 하는 이 과정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수수료가 없는 편리한 모바일 스마트폰 간의 송금을 구현하자고 할 때 금융 규제와 휴대폰 통신 및 인터넷 보안과 관련된 여러 기술적 문제들이 있으니 기존에 있는 서비스를 활용하게 된다면, 결국 ‘공인인증서’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결국 또 다른 버전의 인터넷 뱅킹에 불과하게 된다.
 
또 다른 로우엔드의 예를 들자면, 모바일 메신저에서 소액의 금액을 몇 번의 터치로 송금이 가능하게 하거나 공과금을 낼 수 있게 한다면 금융 관점에서는 그리 매력적인 사업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단순한 단계의 혁신으로 시장 밑바닥을 공략해 한 단계씩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에서는 파괴적 혁신을 구현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파괴적 혁신을 구현하려면 기존의 금융과 정보기술에서 많은 저항에 맞부딪힐 것이다. 기존의 금융과 정보기술 구성원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5개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어 주었다. 이 중 2개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주도가 되어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금융과 정보통신의 융합이라는 접근으로는 중국의 혁신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앞으로 급성장할 모바일 서비스를 위한 금융의 대대적인 변혁이라는 관점으로 파괴적 혁신을 추진해야 할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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