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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아이들이 살 세상, 동화로 바꿀 수 있을까
'동화의 윤리-사라진 아이들을 찾아서' | 유영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2015-04-24 20:48:19 2015-04-24 20:48:19
잔인한 4월을 뒤로 하고 어느덧 5월을 맞이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5월 하면 어린이날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요. 올해는 자녀들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하는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선물도 좋지만 올해는 색다르게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준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러니까,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선물로 준비해보자는 겁니다.
 
'아이는 부모의 증상'이라고 하죠. 아이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습도 자연스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건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어른인 나와 우리 사회를 직시함으로써 아이들을 마음으로 품는 데 도움이 될 책, '동화의 윤리-사라진 아이들을 찾아서'입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동화의 윤리' 세우기
 
저자는 서울 성북구 개운초등학교 4학년 4반 담임 선생님이자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인 유영진씨입니다. '동화의 윤리-사라진 아이들을 찾아서'는 작가가 그동안 청소년 소설에 관해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평론과 서평을 한 데 엮어 펴낸 책인데요. 책은 흥미롭게도 아동청소년 문학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독자로 끌어들일 만한 요소를 품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아동청소년 문학을 통해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사회를 읽어내고 있거든요. 작가는 스스로 이 책에 대해 '사회의 질병이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지, 어른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아이들에게 어떤 증상으로 표출되는 지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라고 말합니다.
 
유영진 작가의 두 번째 평론집인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평론 모음입니다. '이해되는 것과 이해되지 않는 것 사이에서'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박효미의 '오메 돈 벌자고?(창비)', 남찬숙의 '누구야, 너는?(문학동네)', 황선미의 '나쁜 어린이표(웅진주니어)' 등 다양한 동화를 분석하고 잇는데요. 꼼꼼히 책을 읽어내며 각각의 장점을 설파하는 가운데, 때로는 동화책에서도 은연 중에 성공신화를 유포하고 있었을 지 모른다는 경계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전환기 아동문학의 상상력, 동화의 현실 인식, 아동청소년문학 생태계의 위기 등을 꼼꼼히 짚어낸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2부는 서평 모음입니다. '보여주는 동화와 질문하는 소설 사이에서'라는 소제목 아래, 한 권의 책을 놓고 쓴 비교적 짧은 분량의 서평을 모아놨습니다. 안점옥의 '비밀 시험지', 김하늬의 '친구 도서관'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잔인한 현실을 지적하는 한편, 이창숙의 '무옥이'를 읽으면서 인물 중심의 서사방식을 탐구하는 등 청소년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를 읽어내는 방법론에 대해 설파하기도 합니다.
 
◇이 책의 가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 한 권 만으로 아동청소년과 아동청소년 문학이 처한 환경을 생생하게 읽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동화와 청소년문학을 같은 자리에 놓고 봐야 청소년문학의 좌표설정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인데요. 이런 시각이 아동과 청소년 사이 연속성을 읽어내도록 하고, 또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와 이들 사이 연결성도 더 명확하게 만들어줍니다. 결과적으로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이 무엇을 읽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깨달음과 희망을 얻게 됩니다.
 
개운초등학교에서 만난 유영진 평론가는 "대학을 졸업한 뒤 무려 10년 동안이나 일주일에 한 번씩 소모임에 나가서 아동문학 공부를 했다"고 말했는데요. 평론에 전념을 한 지는 12년 가량 됐다고 합니다. 가르치는 교과목이 한 둘이 아닌데 동화에 이처럼 푹 빠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좋은 게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더라"는 게 유 평론가의 설명입니다.
 
특히 평론을 하면서부터 달라진 것은"'다른 걸 보는 시각이 생겼다는 점"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의 뻥이 섞여 있는 말을 한다면 이제는 그 현상 자체를 해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유영진 평론가의 글을 읽는 독자라면 아이들과 관계 맺는 방법, 아이들이 사회라는 토양에 잘 심긴 씨앗이 되도록 돕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간접적으로나마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김나볏 기자(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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