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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포커스)'딴따라'라고 막 대하셨나요?
2015-04-24 14:36:33 2015-04-24 14:36:33
◇가수 김준수.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인기 가수와 그의 팬을 조롱하고 폄하하는 발언이 현직 지상파 아나운서의 입에서 나왔다. 대중 예술가와 문화 콘텐츠에 대한 부족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장면이었다. 실언의 주인공은 경력 23년차의 박상도 SBS 아나운서다.
 
상황은 이랬다. JYJ 김준수는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수변 무대에서 열린 고양 국제 꽃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김준수는 이날 축하 무대를 선보이기로 했다.
 
공연을 앞두고 박상도 아나운서가 김준수의 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는 "여러분, 축사와 이런 행사에 있어서 의식을 잘 지켜주셔야 합니다"라고 한 뒤 "수틀리면 김준수 못 볼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준수의 무대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이어 "끝까지 축사를 잘 들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아셨습니까?"라고 덧붙인 박 아나운서의 실언은 김준수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박 아나운서는 "한번 더 불러볼까요? 그럼 잠깐 나와서 뭐, 노래를 못 부르면 인사라도 조금"이라며 공연을 마친 김준수에게 다시 무대로 올라와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준수가 등장하지 않자 "원래 여러 번 불러야 나오더라고요. 한번 더 불러보시죠"라고 말했다. 여기까진 현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팬들은 김준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등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박 아나운서는 "정말 가셨어요? 정말 가셨나봐요? 시간도 남는데"라고 말한 뒤 김준수가 무대에 등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을 내뱉었다.
 
"아니 국회의원님 세 분씩이나 축사도 포기하시고 기다렸는데 한류 열풍이 무섭네요."
 
"'국회의원님'들이 기다리는데 감히 어디 '딴따라'가 무대에 나타나지도 않느냐"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이었다. 박 아나운서의 실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년에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많이 성원을 해주시면 협찬을 조금 더 받을 거예요. 그러면 내년엔 김준수님이 한 세 곡 정도 불러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준수가 다시 무대에 오르지 않은 것이 출연료를 더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지난해 고양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준수는 거마비를 일절 받지 않고 관련 활동을 펼쳐왔다.
 
박 아나운서의 거듭된 실언에 김준수도 단단히 뿔이 났다. 김준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회자님 누군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예의는 좀 차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저에게나 팬분들에게나 참 무례하시군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대중 문화 콘텐츠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대중 예술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일부엔 가수, 연기자 등을 '딴따라'라고 폄하하면서 업신여기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해외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 가수들은 '비싼 몸'이다. 우리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준수는 지난 3월 일본 오사카를 시작으로 서울, 상해, 방콕, 도쿄, 후쿠오카, 나고야 등 총 7개 도시에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면서 15만명의 팬들을 동원했다. 거의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또 지난해 11월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JYJ의 콘서트를 통해 이틀 동안 10만명을 동원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의 K팝 팬들에게 우리 가수들은 우리나라의 얼굴과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은 국내에서도 젊은 층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중 문화 산업의 발전과 함께 대중 예술가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K팝 한류를 이끄는 선봉장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도 모자랄 판에 '딴따라'라고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한 박 아나운서의 행동은 시대 착오적이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박 아나운서는 "진행자로서 출연자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거듭 사과드린다. 김준수의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응원하겠다"고 사과했다.
 
정해욱 기자(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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