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이렇게 막자)③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우선순위 정해 마스터플랜 내놔야"
"아동학대 인식 개선되면서 몰랐던 학대 신고 급증"
"부모 훈육 '관대'..보육교사 행동 '엄격' 반성해야"
입력 : 2015-02-23 16:35:00 수정 : 2015-02-24 13:51:3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급증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국민들이 아동학대를 문제로 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해 전부터다. '부모가 아이를 훈육하는 데 뭐가 문제냐'는 가부장적 인식 탓에 아동학대를 미처 범죄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다. 국민 인식이 이러니 정부도 아동학대를 근절하려는 노력에 소홀했다.
 
그러나 2013년 울산에서 계모가 아동을 학대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를 이대로 두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아동학대 근절과 아동보호에 가장 앞장서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주목받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 등과 현장에 나가 아동학대 실태를 조사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사진)은 30년 가까이 아동학대 근절에 종사했다. 장 관장은 지난 16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CCTV 설치와 아동학대 기관 영구 퇴출, 보육교사 양성과정 개편 등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마스터플랜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장 관장은 "1980년대 말 처음 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점진적으로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며 "이제는 아동학대를 살인죄에 준하는 범죄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장 관장은 또 "미국 등 선진국은 아동학대를 국가사무로 다뤄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며 "현재 전국에 51개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을 2017년까지 100개까지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장 관장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아동심리를 공부했으며,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연구팀장,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경기도 아동학대예방위원회 부위원장,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운영위원 등을 지냈다.
 
다음은 장화정 관장과의 일문일답.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어떤 기관인가. 보건복지부와 매년 아동학대 실태에 관한 종합조사도 진행하는데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다른 사업들은 무엇인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아동학대 예방사업인데,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을 때 현장 조사를 나가서 어떤 혐의가 있는지 밝히는 게 주요 업무다.
 
또 학대를 당한 아동을 지원·치료해서 가정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한편 그렇게 되도록 정책과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한다. 복지부와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만드는 업무도 하며, 사업지원이라고 해서 지역에 있는 아동시설을 방문해서 교육도 하고 검찰과 경찰, 가정법원 등과 아동 문제에 대해 협력하는 것도 있다.
 
현재 전국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51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다.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됐고 심리 치료사나 일반 치료사 자격증을 가진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학대 아동의 심리상태를 진단하고 어떻게 조치할지 알려준다.
 
현장에 나갈 때 경찰,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함께 나간다. 우리는 아동의 안전, 아동학대 실태 등을 조사하고 지자체 공무원은 어린이집의 장비, 식당 위생상태 등을 점검한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CCTV가 있으면 경찰과 공무원이 함께 입회해서 CCTV를 확인한다.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이야기하면 꼭 예산배정과 행정력의 문제가 뒤따른다. 중앙아동보전문기관을 직접 운영하면서 인력과 예산 운영에서 어려움은 없나.
 
▲아동학대 분야에서 선진국의 가장 큰 특징은 아동학대를 국가사무로 다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껏 아동학대를 민간 영역, 시민단체의 일로 취급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지원하는 일이 지자체 사업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원할 때는 지자체별 예산규모와 우선순위 사업이 다르다 보니 기관별 지원이 천차만별이었다. 미국은 아동학대 관련 중앙기관의 직원이 3000명인데, 우리나라는 지금 기관별로 평균 15명이다. 이것도 그나마 늘어난 것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을 국가사무로 돌리고 예산을 늘리려고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정도를 국회에서 살았다. 올해 예산편성에서 기획재정부가 우리에게 최초는 169억원을 배정했는데 정부하고 국회 쫓아다닌 덕분에 83억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51개인데 2017년까지 100개까지 만드는 게 목표다. 또 지난해 경찰과 법무부, 여성가족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모여 아동학대 공동업무 수행지침을 만들었다.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각 기관이 어떻게 협조할지 담은 것이다. 올해는 공동업무 수행지침을 실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아동학대 신고가 매년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가정 내 아동학대가 전체 아동학대의 80%나 된다. 정부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학대가 줄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무엇인가.
 
▲아동학대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이 '정부가 아동학대에 관한 예산을 많이 늘렸는데 아동학대가 줄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아동학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아동학대는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지 최근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는 아동학대를 학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신고를 안했던 것 뿐이다. 예를들면 동화 '콩쥐팥쥐'. '신데렐라' 이런 것도 다 아동학대다. '콩쥐팥쥐'만 봐도 예전에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다뤘는데 이제는 아동학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요즘 아동의 안전과 권리에 대한 인식이 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건수도 당연히 증가하는 것이다. 학대가 더 늘어나서 신고건수가 늘었다기보다 학대에 대해 인식이 개선되면서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일, 지나쳤던 일도 신고하기 시작한 셈이다.
 
-아동학대에 대해 국가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월 가출한 딸을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에게 6년형이 선고된 것처럼 아동학대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관대하고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개념이 없으면 법도 없고, 법이 없으면 죄를 지어 재판을 받아도 형량이 낮다. 가출한 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도 이를 처벌할 관련법이 없었다. 2013년까지 아동학대에 관한 최고형이 5년 이하의 징역이었다.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황(2013년 기준, 자료=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사실 국민과 언론이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진 것도 얼마 전이다. 그 전까지는 '부모가 자식은 좀 때려도 괜찮다', '내 아이 내가 가르친다든데 너희가 왜 시비냐'는 사람들만 있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며 보니까 부모님들은 자기 행동에는 관대하고 타인에는 엄격한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부모가 집에서 아이를 훈육하며 하는 행동은 괜찮아, 보육교사가 하는 행동은 안돼' 이런 식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반성해야 한다.
 
2013년 울산에서 계모가 아동을 학대에 아동이 숨지는 일(울산 서현양 사망사건)이 일어났을 때 살인죄를 적용받았고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기점이 됐다.
 
지난해 9월부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아동학대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처벌할 근거가 생겼다. 이제는 아동학대를 당하면 112에 신고할 수 있다. 이제는 아동학대에 대해 살인죄에 준하는 범죄로 접근하고 처벌해야 한다.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아동학대 기관·교사 영구 퇴출, 보육교사 국가시험 도입 등을 공언했다. 이번 대책이 아동학대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이번 대책은 아동학대 근절보다 부모들을 안심시키려는 대책처럼 보였다.
 
예를들면 CCTV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아동이 자기표현을 제대로 못 한다는 점에서 CCTV가 학대를 입증할 증거자료로 쓰일 수 있어서다. 문제는 CCTV가 어느 정도가 있어야 할지, CCTV를 어디에 설치하고 설치할 때 그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해서는 합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부가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일어났을 때 책임을 전적으로 보육교사에게만 물을 수 없다. 아동학대를 발견하고 신고하게끔 된 신고의무자가 책임을 게을리 한 것에 대해서도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에만 가혹하다.
 
보육교사의 질적인 문제도 개선이 되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예산하고 맞물렸다. 또 단순히 보육교사의 양성시스템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사 1명당 배정된 아동의 수를 줄이고 보조교사는 어떤 직책에 몇명을 둘지 등도 세밀하게 계획해야 한다.
 
정부가 우선순위를 정해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내놔야지 단발식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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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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