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한국은행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 통화신용정책을 수립·심의·의결하고 국내 거시경제의 흐름을 조절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은 금통위는 독립적 금리결정을 통해 '자본주의의 최대 적(敵)'으로 불리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예방·관리하고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국가 기구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물가가 치솟고 금융불안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독립적 역할 수행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는 1년이 넘도록 금통위원을 공석(空席)으로 방치해 놓은 한은과 청와대 등 관계 당국의 무책임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금통위원 공석에 따른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⑥
금통위원 장기공석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통위원 공석을 방치한 한은과 대한상의, 청와대에 대한 책임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있다.
한은법에 따르면 '금통위는 7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13조)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금통위는 위원 1명이 줄어든 6명만으로 운용되고 있어 통화정책을 중립적으로 운용하라는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해 3월 공문을 한 차례 보낸 이후 적극적으로 임명을 요청하지 않았고 청와대 역시 금통위원 공석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노조, 시민단체의 성명 발표에 이어 국회까지 금통위원 임명을 촉구했지만 해당기관은 묵묵부답인 상태다. 사실상 당국이 금통위원 공석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 금통위원 공석 방치한 한은 총재 '직무유기'..법적책임 없나
금통위원은 각 기관으로부터 추천되지만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전 금통위원)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금통위원 공석상태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은이 청와대와 재정부의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봉쇄했다"고 꼬집었다.
금통위원 공석이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저해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한 한은 총재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은법 시행령11조를 보면 한은 총재의 경우 법률상 추천기관에 '지체없이' 금통위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게 돼 있는데, 이에 따라 한은 총재가 시행령을 위반해 법적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기관의 한 고문변호사는 "'지체없이'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규정할 순 없지만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이 경우 한은법 시행령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고발은 가능하나 현행법으론 처벌 어려워"
문제는 이번 금통위원 공석의 경우 한은 총재가 일단 추천을 요청한 바 있기 때문에 이후에 또 추천을 요청해야하느냐 여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린다.
일단 너그럽게 해석한다면 한번 추천했으면 된 것이지 계속해서 추천을 할 필요는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김 총재에 대해 정치적인 책임은 물을 수 있지만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체없이' 추천을 요청해야한다는 것을 공석사태를 방치하면 안된다는 의미를 부여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한은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한은 총재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발을 한다해도 실제 직무유기 혐의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융사 고문변호사는 "금통위 의장으로서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금통위원 공석을 방치한했다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라면서도 "금통위는 한은과 별개의 독립된 조직이어서 김중수 총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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