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한국은행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 통화신용정책을 수립·심의·의결하고 국내 거시경제의 흐름을 조절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은 금통위는 독립적 금리결정을 통해 '자본주의의 최대 적(敵)'으로 불리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예방·관리하고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국가 기구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물가가 치솟고 금융불안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독립적 역할 수행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는 1년이 넘도록 금통위원을 공석(空席)으로 방치해 놓은 한은과 청와대 등 관계 당국의 무책임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금통위원 공석에 따른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④
기준금리를 6개월 연속 3.25%로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번번히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면서 살인적인 물가와 가계빚을 주도했다는 비난에 직면한 가운데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다.
한은은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실과 경기 위축을 ,내리면 물가상승과 가계빚 증가라는 부작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한은의 금리정책이 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금융경제실장은 "금리정책에 있어 방향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며 "선제적으로 올렸다면 적정금리가 3.5~4%수준이어야 하는데 금리가 낮다보니 경기둔화시 한은이 내놓을 카드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즉, 통화정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을 뿐 아니라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 금통위원 공석으로 금리정책 교착상태
이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 있다. 특히, 금통위원 1인 공석을 방치한 결과 금리정책의 매커니즘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께 블룸버그 통신은 이와 관련 "금통위원이 한명 없는것 만으로도 금리정책을 교착상태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금융계 인사는 "금통위 위원을 7명으로 정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며 "7명과 6명인 것은 의사결정 과정이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18개월째 공석인 금통위원에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는 금통위원이 왔다면 한은은 인플레 압력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 DTI규제완화 이후 금리동결..가계빚 급증 주범
이는 실기 비판이 일었던 시기의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DTI규제 완화조치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압력과 가계대출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DTI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금통위 의사록에서 김대식 위원과 최도성 위원은 "인플레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은 저하될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주장했지만 한 표가 부족해 결국 동결로 결론났다.
하지만 금리 동결로 인한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지난해 4분기는 금리동결과 DTI규제와 맞물려 가계부채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시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은 846조 9025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7조가량 늘었다. 이 중 가계대출은 23조원이었으며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65.9%로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였다.
◇ 금리인상 요구 커질때마다 아쉬운 한표.
금통위에서 최도성 위원과 김대식 위원이 명백히 금리동결을 반대했던 회의는 생산자물가지수가 6.1%로 치솟던 올 2월을 비롯해 4월, 9월 등 인플레 압력으로 금리인상 요구가 높았던 시기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통화정책은 타이밍이 핵심"으로 여유가 있을 때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상승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금리인상 정책기조를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 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3대2로 동결이었고 이후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8월 5.3%까지 치솟으며 사실상 한은은 물가 안정에 실패했다.
◇ 한은 "말도안돼"vs 공석 방치 부작용 초래
물론 이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은관계자는 "금통위 회의에서 항상 위원간 의견 대립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금통위원 공석이 금통위 자체를 파행으로 몰고갔다고 보는 건 무리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금통위원 공석을 방치한 것 자체가 오해와 부작용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은은 물가를 잡는 가장 중요한 대책인 금리정책에서 선제성이나 시장주도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이로 인해 딜레마적인 상황을 자초한 한은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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