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금통위)②공석 일부러 방치해 정부 '성장정책' 도왔나
2011-12-07 06:00:00 2011-12-07 09:25:18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한국은행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 통화신용정책을 수립·심의·의결하고 국내 거시경제의 흐름을 조절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은 금통위는 독립적 금리결정을 통해 '자본주의의 최대 적(敵)'으로 불리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예방·관리하고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국가 기구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물가가 치솟고 금융불안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독립적 역할 수행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는 1년이 넘도록 금통위원을 공석(空席)으로 방치해 놓은 한은과 청와대 등 관계 당국의 무책임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금통위원 공석에 따른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②
 
 
금통위원 공석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절름발이 금통위가 지속되면서 통화정책 왜곡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은과 청와대가 7명이 아닌 6명 체제를 방치하는 데에는 MB정부의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지원해 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가가 치솟기 전에 선제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한은의 역할인데도 그동안 금리인상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 금통위원 6인 체제로 남겨둔 이유는
 
금통위원 공석 사태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금통위원 6명인 현행체제가 '김중수 한은 총재의 뜻을 관철시키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의도적으로 공석을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법에서 금통위원 정원을 7명으로 정한 것은 경제 상황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할때 가부동수로 인한 정책 혼란을 막기 위함이다. 금리결정시 3대3으로 의견이 갈릴 경우 위원장인 한은 총재는 캐스팅보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권한은 실제로 행사된 사례는 단 두 차례. 2001년 전 전철환 총재와 지난해 이성태 전 총재 뿐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캐스팅보트 권한은 한은 총재의 권위와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지만 리더십 문제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만만찮은 부담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6인 체제에서는 김중수 총재가 캐스팅보트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도 돼 정책 결정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한명이 공석으로 남게 되면서 한국은행장이 위원장으로서 결정권을 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정부의 의도대로 금통위 회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 매파, 줄기차게 금리인상 주장해도 결국 금리동결
 
현행 체제가 의도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현 금통위원의 성향이다.
 
강명헌 위원(기획재정부 추천)과 임승태 위원(은행연합회 추천)은 성장을 우선시하고 통화완화를 주장하는 전형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강 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바른정책연구원 정책실장 출신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자문위원을 지냈다. 임 위원은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낸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다.
 
반면, 금융위원회가 추천한 최도성 위원과 한은이 추천한 김대식 위원은 매파로 통한다.
 
통상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금통위 회의시 비둘기파 2명과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 2명으로 나뉘게 된다.
 
이주열 부총재가 집행간부로서 총재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금리결정의 주도권은 김중수 총재가 쥐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시장의 예상을 깬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김중수 총재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김대식과 최도성 금통위원은 소수의견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김 총재는 의장의 지위임에도 기준금리 동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주열 부총재가 집행간부로서 총재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든 점을 고려하면 5월 금리결정은 김 총재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금리정책 실기론이 불거졌던 지난해 9월, 올 2월, 4월, 9월 당시 최도성.김대식 위원은 줄기차게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내놨었다.
 
시장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지난해 9월에는 8.29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이 나온 이후여서 금리를 인상하면 효과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올 2월에는 생산자물가가 6.2% 폭등하고 소비자물가 역시 4.1%로 물가상승압력이 거셌었다.
 
아울러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가 동결됐던 지난 4월과 9월 당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7%, 4.3%였고 근원인플레이션율도 3.9%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국회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금통위원 1인을 공석으로 남겨놓음으로써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한은 총재가 실질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좌지우지 하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