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금통위)①금통위원 한명 없어도 무방?..한은·상의 '책임 넘기기'
2011-12-06 06:00:00 2011-12-06 06:00:00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한국은행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 통화신용정책을 수립·심의·의결하고 국내 거시경제의 흐름을 조절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은 금통위는 독립적 금리결정을 통해 '자본주의의 최대 적(敵)'으로 불리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예방·관리하고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국가 기구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물가가 치솟고 금융불안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독립적 역할 수행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는 1년이 넘도록 금통위원을 공석(空席)으로 방치해 놓은 한은과 청와대 등 관계 당국의 무책임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금통위원 공석에 따른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①  
 
정책에 가장 민감한 시장에서는 이미 한은 금통위의 기능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인데, 한은 금통위의 금리결정은 럭비공처럼 예측불가로 바뀌었다"는 게 요즘 시장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위기감은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 상실을 불러와 시장 기능의 위축과 불확실성을 높여왔다. 
 
이런 배경에는 현재 금통위원 중 1명이 20개월이 넘도록 공석인 채 방치되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 금통위원은 중앙은행 최고의사결정권자..한은 기능의 핵심
 
금통위는  7명의 금통위원으로 구성된 합의 정책결정기구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참석하며, 다른 5명은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은행연합회장, 대한상의 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있다. 
 
임기 4년의 금통위원들은  매달 둘째주 금통위 전체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함으로써 국민경제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금통위가 열리기 직전 증권,채권,외환시장은 물론 부동산시장이 금통위의 금리결정과 통화정책방향(일명 '통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처럼 국민경제와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기 때문에 금통위원 추천과 임명은 그동안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 왔으며, 금통위원이 균형잡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은 집행부가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수행해왔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은 한은의 통화신용정책과 중앙은행 운용의 핵심"이라며 "과거 독재정권 시절 한은이 싸워왔던 한은 독립은 사실상 금통위의 독립을 뜻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 황당한 금통위원 공석 20개월째
 
하지만 현재 금통위원 한 석이 무려 1년 8개월여간 비어있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방치되고 있다.
 
현재 공석인 금통위원은 대한상의 추천 몫이다. 지난해 4월 박봉흠 전 금통위원의 임기가 만료된 뒤 아직까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20개월 간 금통위는 6명에 의해 운용되어 왔다.
 
한은법 11조에 따르면 '금통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그 임기가 만료되기 30일전까지 추천기관에 위원 후보자의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금통위원이 결원이 생긴 경우 '지체없이' 위원의 추천기관에 한은 총재가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하지만 무려 1년 8개월의 장기간 공석에도 추천권자인 대한상의와 추천을 요청해야 할 당사자인 한은 총재는 물론, 임명권자인 대통령 역시 서로 입을 다물거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런 사태에 대해 "추천권자인 대한상의에 요청했으나 아직 추천받지 못했다"며 "금통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인사권자가 아무 얘기도 안 하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김중수 한은 총재 '무책임' 집중 질타
 
금통위원장이기도 한 김중수 한은총재의 이러한 미온적인 태도는 시장의 불신을 일으키며 집중 질타를 받고 있다.
 
김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원 공석 '1년'을 맞는 시기에 기자들에게 "미국이나 일본 중앙은행도 일부 위원 공석인 상태에서 회의를 연 사례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에서도 공석이 나온 사례는 있었다. 2009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중 7명 가운데 3명이 공석이었고 일본 중앙은행도 2008년 총재 공석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겪었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임명을 거부하는 반대에 부딪쳐 지연되는 경우였다. 특히, 미국은 FRB 비공식 조직인 연준이사회 이사 임기는 14년으로 개인적으로 거취를 옮기거나 일신상의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않아 공석이 나오는 경우였다.
 
한 금융계 인사는 "미국이나 일본 중앙은행에서도 공석이 나온 사례는 있었지만 우리나라처럼 임기를 마친 뒤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지 않아 20개월이나 공석이 된 적은 없다"며 "뿐만 아니라 한은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볼수 없는 비정상적인 일이다"고 꼬집었다.
 
◇ 대한상의도 '정부가 의견을 주지 않아서'...책임 떠넘기기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정부가 의견을 주지않아 금통위원을 추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추천권자'인 대한상의 회장과 '추천요청권자'인 한은 총재가 모두 책임을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도 없다.
 
금융계에서는 일단 한은 총재와 대한상의측의 무책임함으로 지적하면서도, 결국 '청와대의 뜻이 아니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상 대한상의가 추천한 인사를 청와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거나 청와대가 금통위원을 새로 임명할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 아니겠냐는 것이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청와대가 금통위원은 공석이어도 된다고 판단하는 것 아니겠냐"며 "결국 '각하' 마음에 달려있다"는 자조섞인 한탄까지 나온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공석 사태가 길어지면 내년 4월에는 임기가 끝나는 금통위원 넷을 포함해 7명 금통위원 중 5명을 한꺼번에 임명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통화정책의 일관성에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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