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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인터뷰)백지영의 ‘20년’ 발라드 인생

차세대 디바에서 발라드 여왕까지

2019-10-13 12:01

조회수 : 2,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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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정말 누가 나를 위해 이런 계획을 짜놨나 싶을 정도에요. 어떤 인생이든 고난이 없을 순 없어요. 지금은 정말 행복하니까, 이제는 잘 아니까, 어떤 일이 생기면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수는 본인 노래를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다. 유독 뮤지션들이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기에 생긴 말일 것이다. 대중의 눈시울을 자극하는 발라더들에게 이 속설은 더욱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백지영은 20년 활동하는 동안 사랑에 애달프게 울다가도 때로는 설레 한껏 미소 지었다. ‘발라드 여왕이라는 애칭다운, 참 발라드 같은 인생이다.
 
백지영은 지난 4일 새 미니앨범 ‘Reminiscence(레미니센스)’를 발매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게 된 건 새벽 가로수길이후 4년 반 만이고, 음악 자체로만 보면 그대의 마음이후 약 3년여 만이다. “오랜만의 인터뷰지만 어쩐지 더 좋다며 웃는 그의 표정에서는 20년 활동으로 다져진 발라드 여왕의 여유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백지영. 사진/트라이어스
 
앨범 내는 것도, 인터뷰도 오랜만이에요. 앨범 발매한지 3년이나 된 줄은 몰랐어요. 출산도 하고 그 사이 전국투어도 했고, 아이도 키우고 그러다 보니 많이 지났네요. 20년 활동하면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앨범을 안 냈어요. 데뷔 20주년이니까, 주변에서 특별한 걸 하자고 하는데 왠지 디너쇼를 해야 할 것 같아서 고사했어요(웃음). 축하 받는 건 감사하고 좋은데, 4~50년 된 선배들도 계시니까요. 그래도 20주년에 의미를 두고 이번 앨범을 기획했고, 연말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 설레고 긴장됐어요.”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 곡우리가'를 비롯해하필 왜’ ‘별거 아닌 가사’ ‘혼잣말이야’ ‘하늘까지 닿았네’ ‘우리가 Inst’ 등 총 6트랙이 수록됐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앨범인 만큼 백지영은 자신만의 감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전체적인 테마는 따뜻했던 시절에 대한 기록이다. 앨범 속 백지영은 예전과 달리 그저 목놓아 울기 보다는 단단하고 따뜻하다.
 
너무 아름다운 추억이 많았기 때문에 이별이 더 슬프고 아픈 거라고 생각했어요. 따뜻했던 시절이 노래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걸 작곡가분들에게 공유했어요. 노래를 하는 해석하는 방식도 따뜻했던 기억에 초점을 많이 맞췄어요.”
 
제가 그루브 있는 R&B를 소화하는 보컬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감성 보컬이다 보니 이번에 디렉팅 보시는 분들이 감정을 빼달라는 부탁을 많이 했어요. ‘음색에서 감정이 느껴지니까 담백하게 말하듯이 불러줘하고요. 그런데 그게 제일 힘든 일이거든요(웃음). 나름 그 부분들을 신경 쓰면서 작업했어요.”
 
백지영. 사진/트라이어스
 
‘Reminiscence’에는 작곡가 G.고릴라, 에이톤, 이현승, 프로듀싱팀 빨간양말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던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여기에 유니크한 음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도 힘을 실었다. 트렌디 뮤지션과 발라드 여왕의 의기투합은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소울풀한 분위기의 하늘까지 닿았네를 완성했다.
 
선우정아라는 친구에 대해 전부터 관심이 많았고,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색다른 걸 이 사람한테 받아야겠다해서 먼저 연락을 했어요. 기타를 가지고 집으로 와서 연주를 하는데 이거다싶었어요. 정아가 노래 안 부른다 생각하고 해달라고 해서 진짜 편하게 불러봤어요. 기승전결이 있는 발라드만 부르다가 이런 작업을 해보니 정말 재미있고 독특한 결과물이 나왔어요.”
 
타이틀곡 우리가는 담담함과 애절함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백지영의 진솔한 보컬이 한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발라드다. 이별에 대한 고민이 있는 혹은 이별을 겪어 봤던 사람들이 공감할 가사를 담았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지성이 출연해 우리가의 감정선에 힘을 실었다.
 
예전으로 돌아가서 순수하게 생각해봤어요. 가슴 아픈 이별 노래가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정말 사랑하고 좋은 기억이 많았기 때문이었어요. 슬픈 감정보다는 따뜻한 분위기요. ‘우리가는 도입부는 따뜻한데, 후렴구는 감정이 치닫는 느낌이 있어요. 엔딩도 정적으로 마무리되고요. 제가 계획했던 방향과 잘 맞는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남자 배우가 필요했고,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가 맞아떨어졌어요. 얼굴을 클로즈업해도 아름다운 남자 배우요. 이걸 조합해보니 지성씨가 딱 맞았어요. 섭외 요청하면서 노래를 드렸는데 지성 씨가 노래 정말 좋다. 출연하고 싶다고 피드백이 바로 왔대요. 예상보다 촬영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 정말 끝까지 열심히 해주셨대요. 촬영장에 있던 스태프들이 모두 지성씨 팬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백지영. 사진/트라이어스
 
백지영은 발라드의 여왕인 동시에 ‘OST의 여왕이다. KBS2 ‘아이리스’ OST ‘잊지 말아요’, ‘시크릿 가든’ OST ‘그여자등 그의 음색은 인기 드라마의 주요 장면에 삽입되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려왔다. 백지영은 자신이 OST에 참여한 드라마에 몰입하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제가 OST를 부른 드라마는 다 챙겨봤어요. 제 목소리가 나오면 떨리고 오글거리기도 해요(웃음). 배우들의 감정선이 너무 애틋해서 제가 부른 노래인데도 몰입해서 봤어요. OST 작업을 하기 전에 대본이 오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예상했던 부분과 노래가 맞아 떨어지면 흐뭇하고 설레요.
 
백지영은 최근 새로운 소속사 트라이어스(Tri-Us)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고 뮤지션으로서 2막을 시작했다. 아티스트, 회사, 팬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회사의 이름처럼, 그는 이전보다 더욱 친숙하게 팬들에 한발자국 다가갈 예정이다.
 
앞으로 힘줘서 노래를 확 한다기 보다는, 기다려주신 분들이 계시니까 그 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만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도 그렇고요. 공연도 기획 중이니까 연말 공연에서 이번 앨범 노래를 많이 불러드리고 싶어요. 내년 활동을 위해 준비해둔 노래들도 있어요. 이제는 오래 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할 생각입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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