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유지훈

(K팝 프론트맨) 조PD “K팝의 남은 숙제, 있다면 내가 풀고 싶다”

아티스트로서의 10년, 제작자로서의 10년

2019-10-01 15:30

조회수 : 2,37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프론트맨(Frontman)은 음악 그룹의 리더를 뜻합니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오아시스의 리암 갤러거, 퀸의 프레디 머큐리와 같이 말이죠. 거대한 산업이 된 K팝에도 이 프론트맨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밴드를 꾸리듯 팀을 구성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구성원과 대중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K팝의 최전방에서 그들은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요. ‘K팝 프론트맨은 그들을 마주하고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입니다.
 
아티스트로서의 10, 제작자로서의 10.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조PD(조피디)의 이력을 단순화 하면 이렇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하기에는 그가 한국 대중음악에 남긴 족적은 너무나 뚜렷하다. 1998 PC 통신에 올린 음원으로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돼 언더그라운드와 메인스트림 벽을 허물었고, ‘친구여라는 메가 히트곡을 남겼으며, 브라운아이드걸스, 윤일상, 라이머, 버벌진트 등과 콜라보하며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제작자 조PD에게는 유독 쉽사리 풀기 어려운 숙제가 많았다. 그는 오답 노트를 만들 듯 낭만적 인간과 순수지속이라는 수필집을 써내려 갔다. 27페이지, “성공 확률을 올리려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입해 봐야 한다. 경우의 수를 늘리려면 그만큼 많이 알아야 한다. 결국, 경험만큼 귀한 성공 요건은 없다 2019의 조PD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심기일전했고 목표는 명확하다. PD는 다시 한번 K팝이라는,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조PD 제공
 
Q. 오랜만에 활동을 시작하는 것 같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고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가
바쁘게 지냈어요. 늘 고민하고 있던 부분들을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 시점이 4월정도였고, 그전에 1년 반 정도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어요. 제가 프로듀서로서 어떤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지지 않는 게임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죠. 음악은 리스크가 정말 많은 분야니까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말이 앞서기보다는 차근차근 결과물로 보여드리고 그 후에 설명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 회사를 만들었어요. 여기에는 직급체계도 없고, 수평적이라 팀원들이 저를 그냥 조PD라고 불러요. 음악은 베이직 컨텐츠입니다. 음악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음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정말 많아요.”
 
Q. 최근의 K팝 시장은 어떻게 변했다고 보는 가. 그 안에서 조PD는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싶은가.
음악이라는 본질을 파기에 더 좋은 시장이 된 거 같아요. 사운드 클라우드에는 재능 있는 신인이 넘쳐나요. 저 역시 음악이라는 본질에 대해 좋아하면서 자랐어요. 하지만 음악제작 제도권에 들어오면서 매니지먼트, 방송과 같은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이게 되니까 폐쇄적이게 되더라고요. 이제 저는 원래 음악을 찾아 듣고 그 안에 매몰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Q. 제작자 꿈은 언제부터인가. 제작자로서 보냈던 시간은 지금 조PD에게 어떤 교훈을 줬나.
플레이어로서 10, 제작자로서 10, 20년이네요. 원래 레코드사 사장이 꿈이었죠. 음악은 하고 싶은데 재능은 없을 것 같았거든요(웃음). 그렇게 보면 제작자가 제 꿈에 근접하고 원했던 일이에요. 10년 전으로 돌아가보면 저는 제작자로서 실무 경험도 전혀 없었고, 회사 운영 노하우도 없었어요. 좌충우돌하면서 배워나간 것 같아요. 잘하고 못하고 진위여부를 떠나서 경험치가 없이 시작했던 건 제 실책이었죠. 현장에서 배울 수밖에 없었고요. 저는 그만큼 수업료를 낸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그런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 넣느냐에 대해서 더 사명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제작자로서의 삶을 돌아봤으니 아티스트 조PD에 대해 돌아보자면?
사실 제가 어떤 끝을 정해두고 가수를 시작했던 거 같아요. 3, 4, 5집을 거치면서 매해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어요. 시간을 스스로 한정해뒀고 그래서 더 다른 짓 안하고 음악에만 파고들 수 있었어요. 뒤돌아봤을 때 가수로서 10년은 할 만큼 해서 후회가 없어요. 작업대에 앉아있으면 이렇게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꽉 찬 10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조PD 제공
 
Q. 제작자로서 10년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다시 제작자로서 시작을 결심한 된 계기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게 돼요. 주변에서 연락을 주거나, 응원을 해주거나 하는 식으로요. 되돌아보면 항상 그런 상황이 됐던 것 같아요. 맨 처음 좌충우돌은 제가 하겠다고 해서 한 거잖아요. 당시 저는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도움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돌아보니까 세상 모든 일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독단적인 부분이 이제 조금씩 열리고 있어요. 되돌아보니 제 주변에는 괜찮은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더라고요.”
 
Q. 제작자로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엔터테인먼트 제작은 이제 변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SM엔터테인먼트가 K팝 시장을 열고 그 끝판왕이 됐어요. 그 패러다임을 따라서 다른 회사들도 많이 생겼고 많은 엔터사들이 그 뒤를 따랐는데, 그 뒤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정형화된 생산 시스템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그 시스템이 SM같은 대형 기획사에 최적화된 것이라고 봤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들은 따라가기 힘들어요. 돈이 많이 들고 내부 공정도 복잡해요. 변화의 시기가 됐어요.”
 
Q. 그 변화는 어떻게 이루는가? 그 변화를 실현시킨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는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가교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한쪽에서는 이 특수가 언제까지 가겠냐. 이제 점점 내리막을 걷게 될 거다라는 시각도 있었어요. 저는 이 고민 자체가 K팝 시장이 앞으로 나아갈 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K팝은 더 재미있어 질 거예요.”
 
Q. K팝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 할 거라고 보는 가.
미래는 쉽게 예측할 수는 없어요. 지금 이 현상을 유지할지, 앞으로 내리막일지, 더 잘 나갈지도 당연히 알 수 없는 일이고요. K팝이 라틴음악처럼 음반 판매대에 고정으로 있는 것이 아니고, 빌보드 톱 100에 평균적으로 다섯 곡 정도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장르적인 입지를 완전히 다지기 위해, 미국에서 주류장르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또 다른 도약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하지만 K팝 전반을 봤을 때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에요.”
 
Q. 최근 제이블랙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PD의 새로운 앨범이 나오는 것인가. 플레이어로서 다시 활동할 생각은 없는가.
플레이어로 나가는 건 좀 더 아끼고 싶고, 아낀다기보다는 아낄 것도 없지만(웃음) PD라는 래퍼는 시장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자기 의지로 음악 활동을 계속하는 것도 멋져요. 하지만 제 나름의 결과물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앨범이 나오는 건 아니고,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그 중에 하나가 제이블랙과 콜라보 영상이었어요. 그걸 위한 음악을 프로듀싱 했어요.”
 
Q. K팝이 이렇게 자리잡기까지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은 한국 팬덤 문화가 자체가 수출되고 그게 자리잡은 게 가장 크다고 봐요. 외국 팬들이 K팝 공연에 가면 한국 팬들이랑 똑같아요. 와서 따라 하는 구호들도 그렇고요. 그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K, 한발 더 나아가서 K컬쳐의 수출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지금의 성공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제작자 조PD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K팝은 그 동안 정말 잘해왔고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어요.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아직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 봐요. K팝의 도약에 남은 숙제가 있다면, 그 숙제를 푸는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많이 고민했고 지금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 유지훈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