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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인터뷰)’액션 영화의 합’ 맞추듯…리듬파워, 9년의 시너지

9년 만의 정규 앨범 ‘Project A’ 발매

2019-09-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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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2010년 ‘방사능’이란 파격적인 이름으로 활동했던 시절 발매한 EP앨범 리듬파워는 그들의 새로운 이름이 됐다. 실력을 인정받아 다이나믹듀오가 론칭한 아메바컬쳐에서 둥지를 틀었고 싱글, 미니앨범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다섯 장의 앨범을 냈다. 어느덧 데뷔 9주년을 맞이한 세 친구들은 데뷔 후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을 꾸준히 지켜 봐왔던 팬들에게는 의미가 큰 선물이다.
 
하지만 리듬파워는 정규앨범이라는 타이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저 꾸준히 음악을 만들어왔고 애착이 가는 일곱 트랙을 첫 정규앨범 ‘Project A(프로젝트 에이)’에 담았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세 사람의 매력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번 앨범에도 만나볼 수 있다. 데뷔 9년차 힙합 그룹의 내공이자 그들만의 시너지다.
 
정규 앨범이 나와서 기분이 좋은 건 당연히 사실인데요. 요즘 음악시장에서는 규모가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그냥 부담 없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어요. 그냥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행주)”
 
정규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건 거의 2~3년 됐어요. 그 사이에 몇 곡들은 싱글로 냈었고, 그런식으로 빠진 노래도 있고 그래서 더 기간이 오래 걸렸어요. 어떤 주제를 담자라고 생각하고 작업하진 않았어요. 그렇게 하면 작업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었던 노래를 담은 모음집 개념이에요.(보이비)”
 
보이비, 지구인, 행주. 사진/아메바컬쳐
 
리듬파워로 데뷔했으나 멤버들은 솔로 활동을 할 때에 활약이 더욱 두드러졌다. 보이비와 행주는 각각 케이블채널 Mnet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 5, 6번째 시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행주는 여섯 번째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관심을 얻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그룹이라는 뼈아픈 말도 감내해야 했다.
 
앨범 공백기만큼 팀으로서 대중에게 인식이 좀 잘 안됐던 것 같아요. 이 앨범을 통해 어떤 큰 기록을 달성한다는 의미보다는 우리 세 사람을 팀으로 인식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뭉치면 죽는다는 말에 반박할만한 음악적 결과물을 못 냈어요. 그래서 이 앨범을 우선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지구인)”
 
김치피자탕수육이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사실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희 셋이서 만든 결과물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 이 편견을 풀어내는 건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에 대해 소개하자면 리듬파워 2019’입니다. 저희의 현재에요.(보이비)”
 
이 때문인지 이번 정규 앨범은 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시너지를 각인시키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정규 앨범명 ‘Project A’ 1983년 개봉한 성룡, 홍금보, 원표 주연 동명의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각자의 개성을 지닌 세 주인공이 해적을 소탕하며 보여줬던 익살스러운 액션처럼 행주, 보이비, 지구인은 각자의 래핑을 주고 받으며 유쾌하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한 장의 앨범을 완성해냈다.
 
영화를 보면 3인조, 각자 캐릭터가 다 다르잖아요. 하지만 셋이 합쳤을 때는 시너지가 나죠. 완벽한 3인조, 혹은 완벽하지 않은 3인조라는 단어가 앨범의 전적인 테마입니다.(행주)”
 
외모만 봐도 누가 원표인지, 홍금보인지, 성룡인지 알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성료 아저씨가 되게 민소매 티에 근육질을 자랑하니까 행주. 원표 형님은 날쌘돌이 이미지라 지구인에 적합하고. 저는 홍금보 형님이라고 봐요. 영화에서 많이 맞고 리더이기도 하니까요.(보이비)”
 
자켓 이미지. 사진/아메바컬쳐
 
저희는 음악을 위해서 친구가 된 게 아니라 친구가 된 후에서 음악을 하게 된 거니까. 작업을 하면서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편해졌어요. 이번 앨범도 그렇게 만든 음악이고요. 막말을 하지 않는 게 서로의 원칙이에요. 수록곡 ‘Project A’를 작업할 때는 각자 후렴구를 만들어서 다음날 보자고 했는데 저만 만들어 온 적도 있었습니다(웃음).(지구인)”
 
‘Project A’에는 YDG(양동근), 제네 더 질라(ZENE THE ZILLA), 솔(SOLE), 기리보이가 피쳐링을 맡아 각 트랙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솔이 피쳐링을 맡은 ‘6AM: 잠에 든 도시는 이번 앨범 타이틀곡으로 자메이카리듬에 영국 특유의 바운스가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준다. 하루를 여는 아침 6시가 아닌, 밤새 잔을 기울이며 클럽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마치 패잔병이 된 듯 쓸쓸하게 집으로 향하는 새벽 6시가 주제다.
 
곡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가사를 쓰진 않았어요. 그냥 클럽 파티송이에요. 저희가 같은 고등학교 출신 친구잖아요. 정말 많이 놀았어요. 클럽 가고 노래방에서 밤새고 해 뜰 때까지 놀고 했는데 그렇게 하고 집에 갈 때 공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비슷한 또래 청년들은 출근하고 있는데 나는 뭐 한 거지?’ 싶기도 하고(웃음). 이런 일을 겪어봤던 모든 청춘들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행주)”
 
직관적인 내용이에요. 그냥 아침 6시까지 노는 걸 묘사했습니다. 저희가 영국 뮤지션들을 되게 좋아하고 거기에 빠져서 지냈는데 현지 래퍼들이 많이 하는 장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저희가 처음으로 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확하진 않아요.(웃음) 제 추정입니다.(보이비)”
 
마지막 트랙 바보언덕: 인하부고 제 31회 졸업생 김성경, 이상운, 윤형준은 멤버들이 유독 애착을 내비친 노래다. 세 사람이 고등학생시절 자주 갔던, 지금은 사라졌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분식집 이름에서 따왔다. 음악을 하다가 맺은 인연이 아닌, 이미 맺어진 인연의 세 남자가 음악을 시작해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 상상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돋보인다.
 
보이비, 지구인, 행주. 사진/아메바컬쳐
 
어떤 촬영 때문에 모교에 갔었는데 저희 학교 명물인 바보언덕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전에는 없어졌다는 얘기도 들었거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볼 생각은 있어요. 인천 애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2년 전에 행주가 쇼미더머니에서 우승했을 때 인천홍보대사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곧 끝이 납니다. 저희는 더 하길 희망합니다. 사랑과 평화를 인천에 퍼트릴 수 있습니다. 연락주세요.(보이비)”
 
“‘바보언덕을 가장 좋아해요. 우리 셋이 고등학교 동창이고, 그 분식집을 생각하면 뭔가 뭉클한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작업했어요. 의미를 부여하기 좋은 노래인 것 같아요. 모든 트랙이 소중하지만 의미를 두기에는 이 노래가 가장 적합해요.(지구인·행주)”
 
정규 앨범이 나왔고, 멤버들은 이 순간을 위해 따로 또 같이 수많은 무대와 예능프로그램을 종횡무진으로 활약했다. 이번 활동으로 꼭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말할 때 세 사람은 단독 콘서트라고 입을 모았다. 관객들이 손을 내밀고 비트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광경은 데뷔 9주년을 맞은 리듬파워에게도 여전히 짜릿한 순간이었다.
 
음원 순위보다 콘서트에 대한 욕심이 커요. 우리는 공연을 했을 때 어느 팀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 자신감만큼은 1등입니다. 그걸 큰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앨범 내고 공연 계획을 디테일하게 잡아보는 게 가장 큰 욕심입니다. 그리고 다른 목표는 리스너 분들이 이 일곱 곡을 한번씩 다 들어주시는 것입니다. 앨범 단위로 내면 잘 안 들어주시더라고요. 다 들으신 후에는 본인 취향에 맞는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주세요. 스토리가 이어지는 앨범은 아니지만 그렇게 들으시면 정말 재미있을지도 몰라요.”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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