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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날 세운 청와대·법무, '조국수사' 맞서는 검찰…"루비콘강 건넜다"

상처입은 조국, 검찰개혁 동력확보 관건…검, '못밝히면 다죽는다' 수사 속도전

2019-09-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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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취임하면서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구도가 격화하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면 끝"이라는 심정으로 읽힌다. 
 
검찰은 당초 조 장관 부인 정경심씨를 기소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포기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임명이 강행되면서 물러설 곳이 없어진 만큼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내며 정면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레임덕'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에서 조 장관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개혁'의 칼을 들이대며 검찰을 압박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로선 임명 과정에서 크 상처를 입은 조 장관에 힘을 실어 개혁 동력을 살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조 장관도 취임 직후부터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현재 국회로 넘어간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안 등을 설계한만큼 검찰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그 공약은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았다"며 "대통령 취임 후 그 공약을 성실하게 실천했고, 적어도 대통령과 권력기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개혁에 있어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국민들께서 인정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조 장관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조 장관 임명에 맞춰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조 장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청와대 등 여권은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자 "검찰적폐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자기들이 정치를 하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 "내란음모 수사하듯 한다" 등으로 몰아세우며 검찰개혁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대로 문 대통령의 "살아있는 권력의 잘못도 응징하라"는 주문에 답했다고 말한다. 
 
다만 조 장관은 장관 임명 이후 가족과 관련된 수사 사항을 일절 보고받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조 장관은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이 수사받는다고 해도 수사의 엄정성은 검찰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 일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핵심이 검찰은 검찰 일을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조 장관의 부인 정씨 등 가족 수사에 대한 강도를 높이고 맞서는 모습이다. 청문회가 있었던 지난 6일 밤늦게 검찰은 정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데 이어 웅동학원 의혹 관련자들을 소환했고, 정씨 혐의와 관련해 조 장관 딸에 대한 조사도 예상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 역시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검찰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이상훈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을 공식 임명하기 2시간 전이다. 이씨에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오는 11일 구속여부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가려진다. 검찰이 조 장관 의혹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시점이 조 장관의 임명 여부가 확실시될 때라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또한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여야 충돌 고발 사건 수사가 검찰 손으로 넘어간 만큼, 검찰이 이를 쥐고 정치권을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의 수사개입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5일 청와대 관계자가 조장관 부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 "위조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보도됐고, 이에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청와대도 "지금까지 수사에 개입한 적도 없고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즉각 반박했다. 다음 날 청와대 관계자는 "의혹을 수사한다는 구실로 20여곳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거나 전국 조직폭력배를 일제 소탕하듯이 하는 것"이라고 검찰 수사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진모 부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검찰이 민주국가의 선거에 의한 통제 원칙의 본분을 잊고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잘못된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모 서울고검 검사는 이프로스를 통해 "법무부 장관이란 누가 보더라도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자리인 만큼 기존에 장관으로 재임 중이었다 해도 사퇴하는 게 옳다"며 "새로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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