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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한일 WTO 외교전 '전운' 고조…정부 '자유무역' 강조

'통상통' 김승호 실장 출국…"특정국가 일본 편 드는 것 막는 것 최선"

2019-07-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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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조치 이후 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처음 공식 외교전에 나선다. 정부는 한일 수산물 분쟁에서 승소를 이끌어낸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석대표로 나서 일본측 대표로 예상되는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에 맞선다. 특히 정부는 '자유무역 역행'을 기조로 일본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2일 오후 스위스 제나바 WTO 일반이사회 참석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WTO 이사회는 164개 전체 회원국 대표가 중요 현안을 논의·처리하는 자리로, 2년마다 열리는 WTO 각료회의를 제외하면 일반이사회가 최고 결정기관 역할을 한다.
 
보통 각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가 일반이사회에 참여하지만, 이번 회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WTO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급 책임자가 직접 대응한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제네바대사관 참사관, WTO세이프가드 위원장으로서 WTO 통상법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승소를 이끈 통상통으로도 불린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자국 대표로 야마가미 신고 경제국장을 보내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서방 언론에서도 일본의 조치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고 있는 만큼 WTO 가입국들도 이번 조치가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문제라는 인식은 어느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어 프레셔(동료 회원국)들이 일본에 압력을 행사하도록 국제여론을 형성할 것"이라면서도 "특정 국가 간 정치적 대립에 직접 개입을 삼가는 경향이 있는 각국의 외교당국이 어느정도로 발언할지는 알기 어렵다"며 WTO 가입국의 발언 수위에 대해서는 답변을 미뤘다. 
 
통상적으로 일본의 외교적 협상력이 한국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국가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일본은 우리 외교라인과 비교해 두 배 정도 가동한다"며 "최소한 특정 국가가 일본편을 드는 것을 막는 동시에 인위적 수출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을 이끌어내는 수준이면 최선일 것"이관고 말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보좌관의 한국과 일본 방문은 또 다른 변수다. 볼턴 보좌관은 일본의 화이트국가 배제 의견수렴 기한인 24일을 앞둔 22일 일본을 거쳐 23~24일 이틀 간 한국을 찾는다. 볼턴 보좌관이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해온 만큼 일방적으로 한국 편을 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조치로 미국 경제가 악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강조해 미국 여론을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반도체기업이 타격을 입을 경우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중국기업이 직접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며 "일본의 이번 조치가 미국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거란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일본 내 연립여당이 압승한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추가규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19일 담화에서 추가 규제를 시사하기도 했다. 화이트국가 배제 여부는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각료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르면 30일 이전 각료회의를 통과할 경우 광복절 이후 시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화이트국가 배제가 현실화하면 비전략물자 수출을 규제할 수 있는 캐치올 제도에 따라 식품과 목재를 뺀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이날 한일 양국은 일본의 수출보복 조치를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아베 총리가 "한국정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자겨와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정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안했는지 묻고싶다"며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노력하는 것이 양국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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