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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외모 평가해 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2018-09-26 02:22

조회수 :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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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외모 품평'과 '성 대상화'를 지양하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외모 품평'에 대한 비판 의식이 부족한 실정인데요.
'칭찬'을 빙자해 일어나는 ‘외모 품평’에 대한 사례와 반발 움직임들을 알아봤습니다.


1. 외모 품평 사례

위키미키 김도연 사진/뉴시스

박태윤, 김도연 외모 품평 사과…“잘못된 표현 죄송해”
(스포츠동아 기사 읽어보기)

이달 초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이 걸그룹 위키미키 멤버 김도연의 외모를 품평했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앞서 박태윤은 “이 아이 너무 예뻐요. 필러 흔적 없는 구석구석 얼굴 각이랑 자연산 인증 울퉁불퉁 코. 눈썹 확 꺾어 그려주니 미모 더 살아나네요”라고 말하며, 김도연의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게재했는데요.
이를 두고 누리꾼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잘못된 표현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알려주신 만큼 더욱 주의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필라테스 뚱땡이 논란' 한마디 실수는 긴 글로 수습되지 않는다, 결국 폐업
(아이뉴스 기사 읽어보기)

지난달에는 한 필라테스 업체 원장이 회원에게 '뚱땡이'라고 망언했다가, 해당 업체가 결국 폐업 수순을 밟기도 했습니다.

'필라테스 뚱땡이' 논란은 원장이 직원에게 보낼 메시지로 보이는 "뚱땡이가 수업을 앞당길 수 있냐고 해서 그때는 안 된다고 했다"는 내용을 해당 회원에게 잘못 보내며 시작됐는데요.

원장은 뒤늦게 메시지를 잘못 보낸 것을 알고 회원에게 "어린 학생이라 귀엽고 별명 반 애칭 반으로 부른 것이다. 경솔했다"고 사과했지만, 회원은 "한마디 실수가 긴 글로도 수습이 안 되는 거 알지 않느냐"고 답한 뒤 온라인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와글와글] 제2의 필라테스 뚱땡이 사건, '미친X', 'X싸가지' 회원 품평한 요가원
(한국경제 기사 읽어보기)

'필라테스 뚱땡이' 사건 직후 신림의 어느 요가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져 누리꾼들의 분노를 더했습니다.
20대 직장인인 C씨는 기존에 다니던 신림에 있는 한 요가원에 재등록을 하러 갔다가 업체의 실수로 이상한 내용이 쓰여 있는 파일을 받았는데요. 

회원 상담 케이스를 기록해둔 해당 파일에는 수많은 회원 번호와 함께 그들을 품평하는 코멘트가 적혀있었습니다. 
코멘트는 "남자(또라이)", "버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얘기함 미친 X", "초뚱뚱이", "요가복 걱정", "방귀 뀌고 나가심", "재수없음", "X싸가지" 등 입에 담기 힘든 비속어로 가득했습니다.

사진/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영 화면

사진/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영 화면

[스한픽!이슈] 4살 아이에 "역대급 미모" 자막…외모품평 판 깔아주는 '슈돌'
(스포츠한국 기사 읽어보기)

미디어에서도 외모를 품평하는 일은 비일비재했습니다.
지난달 19일 방영된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축구선수 박주호의 가족이 등장했는데요.
딸 박나은 양을 두고 "역대급 미모", "이 정도면 수리크루즈 뺨치는 외모"라는 자막을 내보내는가 하면, 내레이션을 맡은 도경완 아나운서는 "내 눈에는 수리 크루즈보다 낫다", "예술이네, 예술이야", "(아내 장윤정을 향해) 우리가 딸 낳으면 저런 비주얼은 안 나오겠죠?"라며 외모 평가를 이어갔습니다. 

방송 직후 박주호 선수의 외국인 아내와 혼혈 딸의 '남다른' 외모를 찬양하는 뉴스가 포털사이트를 도배해,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품평이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 '외모 품평' 처벌은?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품평', 처벌도 가능할까요?


[세태기획] ‘또라이’ ‘대물’ ‘X싸가지’ 혹시 나도 블랙리스트에?
(국민일보 기사 읽어보기)

결론은 뷰티업게에서의 회원 품평은 발견되기 전까지 모욕죄 성립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신종범 누림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죄가 인정되려면 모욕성 발언이 제3자에게도 알려질 ‘공연성’을 띠는지 여부가 입증돼야 한다”며 “단순히 직원들 사이에서 별명으로 불린 건 공연성에 적용되기 어렵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전산망 등에 적혀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두고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뷰티업계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과 달리 관련 종사자들이 지녀야 할 서비스 정신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어 발생한 문제”라며 “뷰티업계가 외모·몸매, 특정 신체 부분 등 개인적으로 가장 민감한 부분을 다루게 된 만큼 종사자 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3. 품평은 이제 그만


사진/픽사베이

나 뚱뚱하다, 그래서 뭐? … 외모지상주의에 반기를 들다
(중앙일보 기사 읽어보기)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쟁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한국 사회에서 외모는 즉각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가치가 되었다”며 “발달한 SNS 문화와 매스컴은 획일적 외모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품평’ 문화에 반기를 들고 나선 이들도 있습니다.
 
최근 올리브TV ‘밥블레스유’에서 수영복으로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 화제가 된 이영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영자는 수영복 입은 모습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나보고 당당하다고 얘기하는데 그거 아니다. 나도 내가 무척 괜찮은 몸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끊임없이 져도, 사회가 갖고 있는 인식과 나의 자존심과 싸우고 있는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가수 에일리는 지난달 5일 JTBC ‘히든싱어’에 출연해 “가수인데 무대에 서려면 어쩔 수 없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게 슬펐다”며 “마른 몸매로 노래를 할 때 100%를 보여주지 못한 느낌이라, 보기에는 좋았지만 사실 제일 우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저는 신경 안 쓰기로 했어요. 스스로 너무나 행복해요. 제 노래에 만족하는 게, 자기 몸을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방송 이후 관련 기사와 영상에는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우니 앞으로 노래 더 열심히 해달라”는 등의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해외에선 최근 몇 년간 영국·미국의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보디 포지티브 운동(Body Positive·내 몸 그대로를 사랑하고 가꾸는 운동)이 진행됐고, 이를 발 빠르게 받아들인 광고·마케팅 영역에서 한 차례 붐이 일기도 했습니다.
 
=품평을 통해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문화, 이제는 멈춰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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