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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큰 걸음 뗐다…"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자체 큰 의미"

수탁자 전문위 구성·경영 참여 전면 확대 등은 과제

2018-07-3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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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전보규·신항섭 기자] "주주권 강화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큰 의미가 있는 변화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대한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평가다.
 
국민연금의 도입안이 경제계와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이 정치권 등으로부터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금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한 큰 진전이란 것이다.
 
경영 참여 주주권 포함 여부를 두고 막판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대결 구도가 아닌 양보와 타협으로 최종안을 의결했다는 것도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제 크게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작이 반…주주권 강화 큰 진전
 
30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공식 선언했다. 배당 정책 수립 요구 등 바로 이행할 수 있는 주주권 행사부터 시작해 주주 활동을 확대하고 주주 활동의 투명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주주권 행사는 올해 하반기 의결권 사전 공시와 주주대표 소송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내년에는 기금 수익이나 주주가치 등과 밀접한 사안을 선정해 해당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하는 한편 이사회 구성·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으로 확대한다. 2020년에는 개선 여지가 없는 기업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하는 데까지 나아갈 계획이다.
 
기금위원간 견해차를 드러냈던 경영 참여 주주권에 대해서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배제한다는 원칙은 지키되 기금위에서 의결한 경우에 한해 행사하도록 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스튜어드십코드는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의 활동을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라며 "충분히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자체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의 길이 열어 둔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 사무국장은 "경영 참여가 빠지면 스튜어드십코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무의미할 수 있었는데 제한적으로라도 가능하게 됐다"며 "경영권 견제의 필요성을 정부와 기금위원들이 인정해 최소한의 장치를 두기로 한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수탁자 책임 위원회 독립성 확보 등 과제 여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큰 의미가 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안착하기까지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의 핵심인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 운영이다. 전문위는 주주권행사와 책임투자 분과로 나뉘며 가입자대표 추천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복지부는 이행 상충 방지와 독립성 제고를 위해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각계 대표 추천 전문가로 위원회를 꾸리고 전문위 회의 시 발언 내용 전부를 기록한 회의록을 작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부의 우려는 남아있다.
 
송 선임연구원은 "전문위에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겠지만 운용이 잘 될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남아 있다"며 "내부 통제를 얼마나 엄격하게 할 수 있느냐와 전문가를 잘 선별해서 참여시키냐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ESG) 강화를 위한 책임투자 분과에 참여 전문가 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과 이해 상충이 발생할 소지도 있고 기업과 계열 관계나 거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경영 참여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 과제다. 이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기업이 긴장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 범위는 계속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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