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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자본시장 이야기) 공매도는 개미를 죽이는 제도다(?)

2018-04-13 17:34

조회수 : 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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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최근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폐지에 대한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삼성증권 사태가 공매도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직원들의 거래 행태가 법에서 금지한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공매도 폐지 여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습니다. 공매도 폐지 여론은 폭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폐지 청원 글이 나흘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받았고 인터넷 주요 게시판에도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공매도 폐지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는 있지만 실제로 폐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다른 주요 증시에 모두 있는 제도일 뿐 아니라 순기능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는 부정적인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주된 경로로 작용함으로써 주식 시장의 정보 효율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장의 거품이 과도하게 생기는 것을 막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연구 결과이고 얘기입니다. 공매도가 위축 또는 폐지되면 시장의 효율성을 훼손시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폐지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유발해 투자자 피해를 키운다는 주장도 성립되기가 어렵습니다. 거래소가 2014년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상위종목 각각 20개에 대해 공매도와 주가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전 종목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적인 인과관계는 없었습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종목은 4개로 주가가 하락하면 공매도(15개 종목)가 나타나거나 양방향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18종목)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거래소의 분석을 보면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우는 나쁜 제도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반감을 갖고 분노하는 것은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만 공매도를 자유롭게 하면서 개인만 피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개인도 공매도가 가능하지만 자본력과 신용도가 외국인·기관보다 크게 낮아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개인 공매도 비중은 1% 미만입니다. 



개인들의 피해의식과 억울함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상대는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무기지만 자신은 쓸 수 없으니 말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인도 공매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일본은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 대차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앙집중기관을 두고 개인이 공매도를 활발하게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하면 개인에게 공매도 문턱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개별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주식 대차 서비스를 증권금융이나 한국예탁결제원 등 기존 기관에 집중시키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삼성증권 사태로 불붙은 여론이 공매도 제도 폐지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개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등 공매도 제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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