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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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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금융이 뜬다)②금융권 CEO, 올해 경영화두는 '동반 성장'

단기성 신규채용·취약층 지원 아닌 혁신성장 목표

2018-0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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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양진영 기자] #1.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은 올해 경영 화두로 '휴머니티 경영을 통한 함께 성장하는 금융'을 꼽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의 근간이 되는 '손님(하나금융은 고객을 손님이라고 표현한다)'을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며 "사회적 역할을 우선해야 한다는 사고로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한다는 게 김 회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2.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동반자 금융'에 초점을 맞춘 2018년 경영전략을 마련했다. 동반자 금융은 기업은행이 단순한 자금공급자 역할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자리잡겠다는 의미다. '은행지원=저금리 대출'이라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다.
 
#3. 신한금융지주는 그룹의 캐치프라이즈인 '함께 하는 따뜻한 금융'을 구체화 하기 위한 '희망사회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총 27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사업을 펼친다. 프로젝트에 포함된 사업으로는 저신용자 재기지원과 저소득 여성인력 취업지원, 청년 해외취업 지원, 4차 산업혁명 청년교육 지원 등이 있다.
 
금융정책의 패러다임이 '산업'에서 '사람'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금융사 최고경영자들도 올해 경영 화두로 '고객'이나 '사람'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 올때 우산을 뺏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구호나 '글로벌 순위권 진입', '리딩뱅크 달성' 등 실적 위주의 경영 목표를 앞세우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권은 과거 정부의 캐치프라이즈에 따라 '녹색금융', '통일금융', '창조금융' 등을 내세우며 동참했지만 사람 즉, 고객이나 국민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경우는 이전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언뜻 들으면 추상적인 구호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신규 채용 등 일자리 창출을 늘리거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구체화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기업과 공공기관에 '일자리 창출'을 독려했고, 은행권이 이에 호응하면서 작년 하반기 채용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신한·국민·하나·우리·기업·농협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2350명으로 전년보다 1000명 가까이 늘었다.
 
제2금융권에서도 현재 6곳의 카드사 채용규모가 200여명으로 추산된다. 현대카드 50~60명, 삼성카드 40여명, 신한카드 50여명, 우리카드 30여명 등이다. 여기다 삼성생명 100여명, 삼성화재 100여명 등 주요 보험사에서도 총 400여명의 신입사원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 철학이 사회 저변에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채용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라며 "올 상반기 신규채용 역시 전년보다 늘어난 규모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사들이 이 같은 경영 화두를 내세우면서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정책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그간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확대로 영업점 축소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던 금융권이 신규 채용을 갑자기 늘리면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에 문턱 높았던 은행 등 금융사가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혁신적인 기업의 기술을 선점하는 경영 목표도 있지만 청년 창업과 벤처기업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 정권의 'J노믹스'에 발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매년 20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이달 '신한 두드림(Do Dream) 스페이스'를 열었다. '두드림 스페이스'는 신한이 오는 2020년까지 9조원 규모로 진행하는 청년 취업ㆍ창업 지원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기업은행도 같은 달 마포지점에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 사무실인 'IBK창공센터'를 열었다. 기업은행은 IBK창공센터를 위해 운영사무실과 입주기업 독립 공간, 협업공간, 휴식공간 등 3개층을 마련했다. 입주 기업들은 플랫폼베이스, 예스튜디오 등 총 20개의 벤처기업들이 선정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생산적·포용적 금융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찾는 쪽으로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했다"며 "수익성 보다 사회적 가치에 무게를 둔 것은 맞지만 저소득층 등 취약차주에 대한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자금 굴릴 곳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어떤 혁신기업에 자금을 융통해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답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선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와 은행간 경쟁확대로 내년에 우량 중소기업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그간 가계 중심의 손쉬운 영업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저금리로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이 없고 경기 지표가 좋아지는 시기에 기업들에 대한 투자보다 가계 대출 등으로 ‘전당포식 영업’을 했다는 비판은 당국에서까지 나왔다.
 
박인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중소기업·벤처 중심 금융 방침에 따라 그동안 국책은행이 강자로 군림해온 중기 대출 시장에 민간은행들도 뛰어들고 있다"며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대책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이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기존의 가계대출 중심의 영업행태를 바꾸라는 정부 요구와 맞물려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의 '희망사회 프로젝트' 출범식, 하나금융지주의 '휴머니티 경영' 선포식, 기업은행의 'IBK창공센터' 오픈식. 사진/각 회사
 
이종용·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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