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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대법 "본인 자필서명 아니면 연대보증계약 무효"

"구 보증인보호법상 '보증인 서명'은 '자필서명'만 의미"

2017-12-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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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연대보증계약서에 연대보증인의 이름이 기입돼 있더라도 연대보증인 본인이 자필로 서명하지 않았다면 연대보증계약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대부업체인 D사가 연대보증 채무를 이행하라며 조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증인의 서명에 제3자가 보증인 대신 이름을 쓰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의사표시를 표시한다는 서명 고유의 목적은 퇴색되고 사실상 구두를 통한 보증계약 내지 보증인이 보증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보증계약의 성립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이는 경솔한 보증행위로부터 보증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구 보증인보호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기 때문에 ‘보증인의 서명’은 원칙적으로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비록 피고가 원고 직원과의 통화에서 연대보증계약서를 자필로 작성했다고 답변했지만, 그 후 피고가 대출중개업자의 안내에 따라 응한 것일 뿐이라며 답변 내용을 다퉈 온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원고 스스로도 통화 후 다시 피고에게 연대보증계약서 작성을 요구한 것은 연대보증계약서만으로는 피고의 서명에 의한 보증계약서로서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연대보증계약서의 연대보증인란에 적힌 피고 이름이 피고의 필체와 다르다고 보이는 사정 등에 비춰보면, 피고가 직접 연대보증계약서에 서명했는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런데도 연대보증계약서 작성경위가 어떤지, 특히 피고가 직접 서명했는지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연대보증인란에 피고 이름으로 된 서명이 있어 연대보증계약으로서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구 보증인보호법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D사는 2015년 4월 대출중개업자를 통해 이모씨로부터 800만원을 대출받고 싶다는 신청을 받고 원금 800만원에 연이율 34.9%를 내용으로 하는 대출계약을 맺었다. 이씨는 한 동네에 사는 조씨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웠고 D사는 채무자란에 이씨, 연대보증인란에 조씨의 이름이 적힌 대부거래계약서와 연대보증계약서 등 대출필요 서류를 넘겨받았다.
 
D사 직원은 이후 조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심사를 진행했는데, 조씨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이씨와의 관계, 자신의 주소지와 직업 등을 확인하면서 연대보증계약서와 신용정보동의서를 자필로 작성해 팩스로 보낸 것이 맞다는 내용으로 답변했다. 또 이씨의 대출에 대해 연대보증 의사를 묻는 D사 직원 질문에도 “예”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연대보증계약서상 연대보증인란에 기재된 조씨의 서명은 조씨의 필체가 아니었다.
 
D사는 계약만료일을 2020년으로 정하고 이씨에게 800만원을 대출한 뒤 조씨에게 연대보증계약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조씨는 대출중개업자 안내대로 전화통화에 응했을 뿐 자신은 연대보증 의사가 없다며 계약서 작성을 거절했다. 이후 이씨는 대출금을 갚다가 2015년 11월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했고 미상환금이 6400여만원 남은 상황에서 D사가 조씨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냈다.
 
1, 2심은 “조씨가 연대보증계약서에 서명하고, 연대보증계약서에 중요사항을 자필로 기재함으로써 이씨가 원고로부터 대출받은 데에 연대보증한 사실을 충분히 추인할 수 있다”며 “조씨는 D사에 이씨의 미상환금 6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조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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