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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차기태의 경제 편편) 금통위는 문 밖을 나가보라

2017-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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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이 임박했다. 30일 열리는 올해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이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해 왔다.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저성장·저물가에 대응해 확대해온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가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달 19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는 금통위원 3명이 조만간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은이 이렇게 사전정지작업을 진행해옴에 따라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인상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듯하다. 채권시장은 이미 그런 분위기에 젖너들었다고 한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충분히 짐작된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부진했던 소비도 점차 꿈틀거리고 있다.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점차 벗어나 성장세를 차츰 되찾아 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정부도 상당히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세계 경제 개선에 힘입어 수출·생산 증가세가 지속되고 부진했던 소비가 반등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또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까지 겹쳐 경제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우리 경제는 전기대비 1.4% 성장해 ‘깜짝성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3%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가 올해 3.2%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도 6년11개월만에 가장 높게 나왔다.
 
1년 전, 아니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암울한 잿빛 일색이었다.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언제쯤 벗어날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만 들렸다. 가뭄이 심할 때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늘을 원망하던 모습과 흡사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사이에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니 금통위에 금리인상을 결심하도록 고무할 것임은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다시 더 냉정하게 봐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성장세가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다. 10월 취업자 증가폭은 다시 30만명을 밑돌았다.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대책 등으로 향후 주택시장은 점차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분기 명목소득은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요컨대 우리 경제가 엄동설한을 빠져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온기는 미약하다. 새 봄에 돋아나는 어린 가지와 비슷하다. 수출과 부동산 경기는 아직 괜찮지만 일반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내년 전망 역시 밝은 것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많은 전문 연구기관이 2018년 성장률이 올해 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시 말해 우리 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나름대로 힘써 왔다. 최저임금을 대폭인상하고 가계부담을 덜어주는 여러 정책을 추진해 왔다. 기존의 경제패러다임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 부작용의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 게다가 환율하락 등 많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보통 금리는 경기과열이 우려될 때 올린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경제는 ‘과열’로부터는 아직 멀리 있다. 지금 금리를 올린다면 봄인 줄 알고 돋아나던 어린 가지를 다시 얼어붙게 할 지도 모른다. 금리조정은 중앙은행 고유의 권한이다. 중앙은행이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책임도 함께 따른다. 일부 지표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된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때를 기다리되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된다. 결국 ‘시간의 예술’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중국 고전 주역(周易)의 ‘절(節)’편에서도 “집안의 뜰 밖으로 나가보지 않으면 흉하다”고 했다. 문 밖에 나가 바깥공기를 마시고 직접 피부로 느껴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통위도 금리조정 결정을 하기에 앞서 체감과 공감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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