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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가족에 친구까지'…세스코, 일감몰아주기 의혹

모친 회사 거래액 첫해보다 8배 증가·감사임원 소유 회사도 거래…공정위 "문제 검토해 보겠다"

2017-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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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노조파괴 공작 의혹을 받고 있는 해충방역업체 세스코의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가 상식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전찬혁 사장의 모친 기업과 친형 기업 등 오너 일가는 물론 자신의 친구 기업에 이르기까지,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스코는 지난해 약제 개발회사인 씨비티(CBT)로부터 36억7500만원 상당의 제품을 매입했다. 2009년 설립된 씨비티는 세스코에 해충 방제용 약제 등을 납품하는 회사로 창업주 전순표 세스코 회장의 부인이자 전 사장의 모친인 김귀자 세스코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 역시 전찬혁 현 세스코 사장이다. 설립 당시 세스코가 씨비티로부터 매입한 금액은 4억5000만원에 불과 했지만 지난해에는 첫해에 비해 8배나 매입 금액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세스코 매출액은 3배 증가에 그쳤다. 오너 일가의 회사와의 거래액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너가 개인회사를 설립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행태는, 누가 봐도 자기 주머니 불리기"라고 지적했다. 세스코 측은 "다양한 약제를 전부 외부 업체에서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설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스코는 이미 팜클 이라는 해충 방제용 약제를 생산하는 관계기업이 있다. 이 회사 전찬민 사장은 전찬혁 세스코 사장의 친형이다. 지난해 팜클의 매출액 180억원 가운데 101억원이 세스코를 통해 발생한 매출이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내부거래 비중이 56%가 넘는다.
 
다만 일감몰아주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공정거래법 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에 관한 조항을 적용하는 데에 있어 명백한 부당행위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모든 내부거래가 불법은 아니고, 부당성이 입증이 돼야 한다"면서 "두 회사(세스코, 팜클)의 관계에 대해서 (문제가 있는지) 한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총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두 회사의 관계를 볼 때) 거래를 통해서 이익을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보기에는 단순 거래지만 사실상 증여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은 "지분을 증여를 할 때는 싼 가격에 증여를 했다가, 그 회사(팜클)에 일감을 몰아줘서 회사를 성장시켜 지분가치를 상승시키는 것도 편법적인 상속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최근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범위가 너무 협소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불법이 아니라면 법을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 의원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지분 요건을 완화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의원실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문제에 있어서 현재는 대기업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향후 중견기업 등까지 부당한 내부거래가 발생하는지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스코의 내부거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스코는 에스제이씨오(SJCO)라는 업체를 통해 전국 80여개 지사에 정수기 등 렌탈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0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주방용품 및 소형가전 판매대행과 렌탈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유통전문업체다. 기업정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스제이씨오가 기록한 매출액 466억원 가운데 약 4%(19억원)가 세스코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조병찬 에스제이씨오 대표이사가 지난 2006년 3월부터 10년 넘게 세스코 등기임원인 감사로 재직 중이라는 점이다. 조 대표는 전찬혁 세스코 사장과 1969년생 동갑내기이자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으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경영진의 직무 집행을 감사해야할 감사가 오히려 회사를 상대로 영업을 해온 셈이다. 법무법인 태인 백상호 변호사는 "감사로 재직하는 자의 회사와 거래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만약 거래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식으로 입찰 금액을 부풀리는 등의 행위가 명백하다면 배임에 해당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세스코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의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외부업체와 세스코 간의 거래는 공식적인 입찰과정을 거쳐 선정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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