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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국민 90%가 신용대출 된다더니…카뱅, 중·저신용자 대출거부 빈발

"평가기준 모호" 고객들 혼란…"자체모델 개발되면 개선될 것"

2017-08-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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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 주부 A씨는 최근 친정에 급하게 돈이 필요하던 차에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비상금대출이 신용 8등급까지 대출 가능하다는 인터넷광고를 보고 신청하기로 했다. 현재 신용등급 5등급인 A씨는 당연하게 대출승인을 기대했지만 카카오뱅크는 ‘비상금대출 충전 불가’라며 대출을 거절했다. A씨는 대출 거절 이유를 알기 위해 고객센터에 문의하고자 했지만 대기자가 많아 그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인터넷은행 출범 전 8등급까지 저신용자 대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카카오뱅크의 대출상품에서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거절이 빈번하게 발생해 금융소비자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30일 저신용자 신용회복 방법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상품의 신용등급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최대 한도 300만원 연 3.43%의 최저 금리의 소액마이너스 비상금 대출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는 비상금대출을 만 19세 이상이라면 신용등급 1등급부터 8등급까지 신청 가능함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90%가 신청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 비대면으로 60초만에 빠른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웠던 중신용자, 저신용자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출범한지 1개월이 지난 지금, 비상금대출의 승인을 거절당했다는 고객들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B씨는 "7등급도 어느 정도 금리로 이용 가능하다고 해서 한껏 기대하고 신청했는데 대출이 거절됐다"라며 "카카오뱅크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엄청 낮은데 보이지 않는 내부 기준이 엄청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처럼 신용 8등급 이상 임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거절되는 이유는 카카오뱅크가 대중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나이스평가정보나 Korea Credit Bureau(KCB)가 아닌 SGI서울보증의 신용평가 방법을 통해 신용등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객이 자신이 알고 있는 신용등급과 서울보증의 신용등급에 차이가 생겨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서울보증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카카오뱅크 측의 입장이지만, 기존 은행보다 더 낮은 신용등급의 고객들에게 중금리를 제공하겠다던 카카오뱅크가 자신만의 신용평가 모델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신용 7등급까지 활용할 수 있는 중금리 대출을 출시한 케이뱅크와 확연히 비교된다. 케이뱅크는 기존 신용평가사들 뿐만 아니라 통신요금 정보 및 주주사들이 가진 비식별화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체적으로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출 신청자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신용평가사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해 다양한 신용정보를 활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기존 신용평가모델보다 더 세분화 된 신용등급을 구분할 수 있어 상환 의지가 있는 저신용·중신용 고객들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애매모호한 기준 때문인지 웃지 못할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신용평가사 기준으로 똑같은 신용등급임에도 불구하고 300만원대의 중고차 할부가 있는 사람은 대출이 되는가 하면, 200만원대 대출에 연체가 없는 사람이 대출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똑같은 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으로 개인마다 마이너스통장이나 카드론 등 신용평가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며 "현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카카오뱅크만의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개발이 완료되면 이런 사례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카카오뱅크가 자기만의 신용등급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다른 신용평가사를 통해 신용등급을 결정하고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오는 9월 카카오뱅크가 자본금을 늘리게 되면 중신용자 및 저신용자 대상 대출 조건이 완화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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