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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은퇴는 삶의 사이클 변화시키는 전환기"

새로운 여행의 출발…새로운 일 선택해야

2017-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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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기업의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바람으로  미국에서도 40~50대 은퇴자들이 늘어나면서 조기 은퇴자들을 위한 다양한 지침서와 웹사이트들이 큰 인기를 끌고있다. 10~20년 전만 해도 은퇴라는 말은 '사회적 퇴장'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의학발전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난데다, 경기변동에 따른 기업의 합병 및 해외 이전으로 인한 대량해고와 명예퇴직으로 청장년층 은퇴자들이 늘어나면서 은퇴의 의미도 변했다.
 
실제로 요즘 미국에서 은퇴는 제2의 인생, 제2의 직업을 위한 새로운 단계전환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기존의 은퇴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50대 중반 은퇴론은 인간평균수명을 60대 정도로 산정한 1900년대 초반의 계산법이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70∼80세로 늘어난 요즘에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에서는 7600만명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10년 내 은퇴자 대열로 들어서기 때문에 은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미국의 은퇴생애설계 전문가 리차드 J. 라이더 박사는 “수십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는 행위 자체를 은퇴로 볼 것이 아니라, 삶의 사이클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전환기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언제 은퇴를 하느냐는 이제 무의미하다"면서 "은퇴는 새로운 구상(reimagine)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통해 보다 의미있고, 가치 있고, 즐거운 제2의 직업을 찾으라"는 게 라이더 박사의 조언이다. 요즘 워싱턴의 대형서점에는 은퇴서적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런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흰머리의 노년층이 아니라, 정장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40대 안팎의 직장인들이란 점이다. 갑작스러운 타율적 은퇴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제2의 인생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은퇴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지침서 열풍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보다 먼저 노인 빈곤 문제가 부각된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에 많은 참고가 된다는 점에서 일본의 실상을 전하는 신간도 계속 나오고 있다. '2020 하류노인이 온다'(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역시 이런 출판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다.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 책은 생활보호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를 뜻하는 '하류노인'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 노인 빈곤 문제를 실감나게 전달한다. 이런 열풍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책에 등장하는 '하류노인'이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다 어느 순간 하류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사회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계층으로 부상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기반은 아직도 부족한 상태다.
 
라이더 박사는 은퇴를 새로운 여행의 출발 정도로 생각하고 절대 겁먹지 말라고 충고한다. 직장을 그만둔 뒤 일정 기간은 자신의 취미와 기호를 발견하는 시기로 설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선택하라고 제시한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에 본격 진입함에 있어서 노후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3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바로 '돈(money), 약(medicine), 삶의 의미(meaning)'를 뜻하는 3M으로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위한 필수요소다.
 
현대사회에서 100세 까지 수명이 늘어난 상황에서 오래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충분히 있어야 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충분한 약(의료서비스)도 필요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많이 간과하고 있는 점들 중 하나인 삶의 의미는 앞으로 은퇴후 시간이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지금부터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시니어들에게 보다 섬세한 정책과 사회적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은퇴자 역시 과거에 가졌던 명함과 자신의 나이에 연연하기보다는 새로운 자세로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노후준비 해법강의를 듣고 있는 노인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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