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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해피투모로우) 부모의 '의무' 내려 놓고 자녀와 '현실' 논하라

부모의 화목한 관계가 자녀 결혼관 '모범' 답안

2017-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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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이향기자] "결혼하면 손해다. 결혼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결혼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이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결혼 기피 현상을 대변하는 말 들이다. 취업난도  연관이 깊다. 비정규직·저임금노동자 등의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남성은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여성 역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에 따라 희망하는 '배우자상'도 달라졌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결혼정보업체 '온리-유'와 공동으로 ‘배우자감으로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데 영향력이 가장 큰 요인’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 3명 중 한 명이 ‘경제적 자립도’라고 답했다. 여성의 경우 나이, 외모 등 ‘신체조건’ 다음으로 ‘경제적 자립도’를 꼽았다.
 
'자녀의 결혼은 부모의 의무' 고정관념 깨라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2017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6332만원에 달했다. 결혼식장, 예단, 예물, 신혼집 장만까지 결혼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 부모의 도움 없이 젊은 세대의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 기준 최근 3년 이내 결혼한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쌍 중 9쌍은 부모에게 결혼비용을 지원받았다고 답했다.
 
부모 세대는 결혼비용 지원에 대해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해 결혼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박수경 대표는 "자녀 결혼에 대한 부모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도 자녀와 대화를 나눠보는 게 좋다"고 꼬집었다. 결혼 비용은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편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말해주고 자녀도 어떤 결혼을 하고 싶은지 밝히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은 이제 '구 시대적 사고'라는 것. 또한 부모가 자녀의 결혼을 지원함으로써 자녀로부터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서로 마음이 상할 수도 있다는 게 현실이다. '자녀의 결혼은 부모의 독립'이라는 얘기가 와 닿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혼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
 
결혼을 앞둔 이들이 결혼 '공부'가 아니라 결혼식 '준비'만 하는 것도 문제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예비부부가 체크해야 할 13가지가 있다. 가족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부모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 등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에 집중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배우자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게 핵심이다.
 
박 대표 역시 "박 대표 역시 “더 이상 자녀에게 ‘빨리 결혼하고 애 낳고 저축하면서 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권했다. 이전까지는 산업의 고도성장기여서 열심히 노력하면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가 더 잘 살 수 있었지만 요즘같은 저성장기에는 부모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잘 살수 있는 것이 무척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라고 권했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발간한 ‘부모보다 가난한 자식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국민소득 중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계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그 추세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세대가 1세대보다 경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가계 살림에 쓸 돈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말은 젊은 세대가 듣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혼을 앞둔 자녀를 둔 부부가 화목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의 결혼 생활을 보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결혼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결혼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지에 대해 자녀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박 대표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그대로 강요하지 말고 자녀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박수경 대표는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이향
 
김이향 기자 lookyh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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