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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차기태의 경제편편)사드보복과 ‘부드러운 성장동력’

2017-04-19 06:00

조회수 :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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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보복이 가중되고 있다.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경우 현지의 롯데마트 점포 99개 가운데 상당수가 영업정지 등으로 문을 닫아둔 상태이고, 한국으로 오는 중국 관광객의 발길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제주나 인천 등지로 들어오는 크루즈선은 사실상 끊겼다.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지난달 15일부터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시킨 결과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내린 구두 지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도 추후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 제우스가 다른 신이나 인간의 요청을 승인해 줄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썹만 움직였던 것처럼.
중국 당국의 보복조치는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1720만 명 가운데 중국인이 절반 가까운 804만명을 헤아렸다. 그렇지만 올해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관관업체와 면세점은 물론 서울 명동과 제주도 등 중국인이 많이 찾던 주요 상가의 매출이 급전직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공항도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의 현지판매도 대폭 감소했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에서 바람몰이를 하던 한류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가요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작동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상영이 막혔고, 중국 영화관에서도 한국 영화가 개봉되지 않고 있다. 한국 배우의 중국 진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사드보복이 전방위로 확산됨에 따라 우리 경제의 피해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그 규모가 올해 200억달러(약 22조원)를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P)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제시됐다. 최근 연간 성장률이 2~3%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0.5%포인트 하락한다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단순한 숫자상의 문제는 더욱 아니다. 중국의 보복대상이 되는 산업을 살펴보면 주로 한류와 관광 및 화장품과 의류 생활용품 등 ‘부드러운 산업’이다. 주로 중소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두뇌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최근 중소기업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수출하는 품목의 중국 비중이 의류에서는 81.7%나 차지하고 화장품에서도 69.3%로 높았다. 농수산품(65.7%)과 생활용품(60.5%) 의약품(43.5%) 등도 중국수출 의존도가 높다. 화장품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는 프랑스까지 제치고 중국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부드러운 산업’의 경우 중국과 비견될 만한 시장을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에 활발하게 진출해온 한류 작품과 소비재 등 ‘부드러운 산업’은 지금 큰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 와중에도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는 주로 중국의 경기가 최근 호전되고 석유제품을 비롯한 원자재 수출이 늘어난 결과이다. 덕분에 제조업경기가 차츰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사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과거에 비해 사뭇 달라졌다. 과거에는 소수 대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에 의한 중후장대 산업이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창의적인 제품과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이다. 한류는 물론이고 화장품이나 의류 등은 자유롭고 발랄한 창의력의 산물이다. 이러한 ‘부드러운 성장동력’이 경제를 이끄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드를 서둘러 배치함으로써 중국의 보복을 초래한 것은 말하자면 ‘부드러운 성장동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러므로 사드보복 사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다행히 사드배치 최종결정은 새정부 출범후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이르기까지 아직은 여유가 있는 셈이다. 미묘하고 숨가쁜 국면이다. 우리 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해 사드 문제를 하루 빨리 풀어야 한다. 사드배치를 유보하거나 배치가 불가피하다면 중국을 외교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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