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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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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이대로 안된다)①박근혜정부 4년 내내 정체된 증시…과당경쟁에 업계 제살 도려내기

주식형펀드 자금도 이탈 '러시'…한국형 골드만삭스 걸음마 단계·모험자본 질적성장 과제

2017-04-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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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국내 자본시장이 수년째 정체국면이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문 사이 선진국은 수준 차이를 벌이고 신흥국은 맹추격에 나서면서 우리의 경쟁력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완화에 나선다고 하지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의 사례에서 보듯 규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자정 노력에 더해 국내 경제에서 자본시장의 리스크 테이킹 역할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기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며 이에 걸맞은 자본시장 역할에 대한 주문도 나온다. 국내 자본시장을 진단하고, 새정부에서 추진돼야 할 혁신 방향을 5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박근혜 정부 기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박스피'는 유행어였다. 4년동안 주식시장 상승률이 3.89%에 그쳐 취임 전 공언한 '코스피 3000 시대'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명박(19.71%), 노무현(173.65%), 김대중(13.94%) 전 대통령 집권기와 비교해 크게 못미쳤고, 미국(49.3%), 일본(72.2%), 중국(38.8%) 등의 성장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베트남, 인도 등 신흥시장마저 우리를 바짝 추격하면서 한국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다할 정체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도 끊임없는 선진화 주문을 받고 있다. 업권내 과당경쟁으로 자본시장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제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으며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로 접어들긴 했지만, 골드만삭스나 노무라증권 같은 글로벌 IB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대형화 추세에 맞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차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갈길 먼 '한국판 골드만삭스'…모험자본 질적성장 과제 
 
박근혜 정부의 코스피 고점은 2170선에 그쳤다. 외국인에 수급 의존이 심하고 경제지표, 특히 수출지표가 횡보국면이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 방향성을 가늠할 잣대가 여러가지지만, 수출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내경제 자체가 수출의존도가 높고 실적에서 수출주의 이익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1년 이후 주식시장이 장기간 횡보하는 동안 월간 수출액 역시 400억달러대에서 횡보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존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증권업계는 수년간 체질개선 압력을 받았다. 2012년말 41개에 달하던 증권사는 전년말 33개로, 임직원은 4만2802명에서 3만5699명으로 줄었다. 대어급 M&A 끝에 미래에셋대우가 6조599억원의 자기자본 규모 1위사로 도약했고, NH투자증권(4조5900억원), KB증권(4조1000억원), 한국투자증권(4조700억원), 삼성증권(4조1000억원)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에 랭크됐다.
 
하지만 자기자본 90조원이 넘는 미국 골드만삭스나 20조원 규모의 아시아권 대형 IB인 일본 노무라증권, 중국 중신증권에 비하면 겨우 구색만 갖춘 상황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증권업 자체가 동조화가 심해 인위적으로라도 시장을 분할한 것인데, 가시적 성과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 수 있다"며 "증권사들이 규모를 키우는 것 이상의 차별화 전략을 보여야 초대형 IB 육성의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기준금리는 1.2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게 큰 기회인 저금리 시대의 자산관리(WM) 역량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시장 영향도 있지만 4년새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19조1617억원이 빠져나갔고, 갈곳없는 대기성 자금 114조원이 머니마켓펀드(MMF)에 머물러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증권사들이 타 금융권에 비교 우위를 강조했지만, 2월말 누적 수익률(3.54%)이 같은기간 코스피 상승률 (6.09%)보다 못했다. 
 
금융당국의 주요 정책인 모험자본 활성화도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민간 주도의 양적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해외에 비해 공적연기금과 정책금융기관의 출자 비중이 높아 모험자본의 성격이 지나치게 위험 회피적으로 갈 수 있다"며 "실제 국내 PEF의 낮은 레버리지 비율과 메자닌 투자의 높은 비율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부적으로 보더라도 벤처캐피탈과 PEF 외에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시장이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했다. 
 
'신금융' 투자자보호…자본시장 신뢰도 키워야 
 
국내 주식시장은 불공정거래와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낮다는 것도 문제다.
 
2013년 동양사태나 2016년 한미약품 사태 등은 자본시장의 불신을 키웠고, 대우조선해양 등 대규모 분식회계가 잇따르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금융위는 회계투명성 강화 종합대책에서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일벌백계한다는 경각심을 줄 것"이라며 "내부고발도 활성화해 기업 분식 소지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혁신에 따른 걸맞은 투자자 보호가 또 다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몇년사이 핀테크 금융이 가속화되면서 로보어드바이저처럼 IT기술과 금융이 결합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대면으로 투자권유를 할 때 소비자가 상품 위험성을 인지하기 어렵고,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판매보수가 높은 금융상품 위주로 권유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 분쟁 때 법적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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