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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 미비로 국회의원 선거구 공백…기부행위 처벌 못해

대법 "기부 상대방 판단 기준 없어…'출마예정지' 해석은 죄형법정주의 위반"

2017-04-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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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의 효력이 상실된 뒤 국회가 잠정적용 기간 동안 새법을 만들지 않아 선거구 공백이 생긴 경우, 그 기간 동안 이뤄진 물품 기부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미시의회 강승수(51)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제한위반죄는 금품을 제공받은 사람이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 또는 ‘당해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며 “공직선거법이 ‘당해 선거구’라는 개념을 통해 기부행위의 상대방을 특정하고 있는 이상 구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의 기부행위는 행위 당시에 유효하게 존재하는 선거구를 전제로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과 국회 입법지연으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가 효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그 기간 중 금품제공 행위가 있은 경우에는 금품을 제공받은 사람이 기부행위의 상대방, 즉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 또는 ‘당해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에 해당하는 지를 판단할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선거구 효력상실 기간 중에 지역구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금품 등을 제공하더라도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와는 달리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직선거법상 ‘당해 선거구’를 ‘출마를 예정하고 있는 지역’ 정도로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2014년 10월 당시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대 1로 정한 공직선거법 해당 규정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인구편차를 2대 1수준으로 조정하되 법적 공백의 불안정성을 막기 위해 2015년 말까지 해당 규정을 잠정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15년 12월31일까지 해당 법규정을 개정했어야 했지만 이를 방치해 지난해 1월1일부터 3월2일까지 선거구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강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장석춘 후보(현 자유한국당)를 지지해달라며 선거구 공백 기간인 지난해 2월5일부터 6일 사이에 시가 70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선거구민에게 기부한 혐의(공직선거법상 제3자 기부행위제한위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1월19일부터 2월7일까지 자신의 지방선거를 위해 시의원 선거구민 수십명에게 122만여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1, 2심은 장 의원을 위한 기부행위에 대해서는 국회의 입법미비로 선거구가 없었고, 공직선거법상 금지한 기부행위를 판단할 기준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선물세트 제공 행위에 대해 1심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확정적 목적 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9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헌재 헌법불합치결정과 국회의 입법 지연이라는 예외적 상황이 결합돼 선거구 효력상실 기간이 발생하는 제한적인 경우에 대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에서 효력이 상실된 선거구구역표는 지역구국회의원 선거구구역표뿐이었으므로 나머지 선거구 즉 대통령, 비례대표국회의원, 지방자치 단체의 장 등을 전제로 한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판결은 구성요건 자체에서 ‘선거구’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는 기부행위 제한 위반죄에만 적용될 수 있다”며 “다른 공직선거법위반 범죄, 즉 매수 및 이해 유도죄, 선거운동 관련 범죄 등은 선거구 효력상실 기간과 관계없이 처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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