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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혜

정유년(丁酉年) : 닭의 해

2017-01-16 08:48

조회수 : 2,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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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벨트 위에서 강제 부화된 뒤 분류되는 병아리들 mercyforanimals의 Undercover Investigation at Hy-Line Hatchery. 사진/YouTube 캡쳐
 
 
어지럽다. 나는 이제 겨우 껍데기를 깨고 있는데 어쩐지 다른 병아리들은 하늘 위를 날아다닌다. 세상은 이렇게 시끄러운 곳이구나. 나가지 말까. 고민하던 찰나, 무언가가 껍질을 부시고 들어왔다. 그리고 붕. 몸이 떴다. 나와 같은 친구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있는 노란 상자에 던져졌다. 
  
그 이후로 별다른 건 없었다. 밥을 먹고, 또 먹는다. 아, 상자에 담긴 직후 부리가 잘려 모이를 먹기 불편하다. 그래도 밥은 많이 주니까. 맛은 없지만 부리가 불편해 못 먹는 일이 없도록 넉넉히 준다.
  
아침이면 숨을 쉬기 힘들다. 내 몸통보다 작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오물 냄새와 밥 냄새가 뒤섞여 독하다. 매일 겪는 일이지만 이따금 폐를 찌르듯 역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는 건 이렇게 힘들구나. 그래도 다들 열심히 살아가니까. 불평 말고 견뎌낸다.
  
언제 닭이 될까. 오늘 이곳에서 서른 번째 밤을 맞는다.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많이 먹어 남들보다 조금 더 크다. 구원처럼 사람들이 찾아와 나를 옮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닭장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금속 기계 안으로, 던져졌다.
  
닭은 공장식 축산이라 일컬어지는‘산업’을 통해 학살당하는 동물 중 하나이다. 자연 상태에서 닭의 평균 수명은 12~20년이다. 공장식 축산업에서 육계의 수명은 30일이 안 되며, 산란계도 2년 정도다. 이마저도 암컷 병아리의 얘기다. 수컷 병아리는 태어나자마자 분쇄기에 갈리거나 매장된다. 
  
‘살아져도’ 고통은 계속 된다. 평균 30일 내외로 사육된 뒤 도축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30일이 지나면 병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공장식 양계 환경에서는 고위험 항생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닭이 쉽게 병에 걸린다. 양계장은 일반적으로 비닐하우스이며 청소는커녕 환기조차 어렵다. 계장 안의 새벽 암모니아 수치는 기준치의 수배에 이른다. 닭의 면역력은 제로다. 닭이 병에 걸리면 폐사해야 한다. 병에 걸리기 전에 식품으로 팔아야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는 닭을 중량으로 구입해 마리로 유통하는 업계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 닭이 작으면 작을수록 유리하다. 닭 크기가 작아져도 소비자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닭 판매량이 늘수록 부화장에서 병아리를 공급하는 수도 늘어난다. 부화장 역시 유통업계의 소유다.
  
우리나라는 조류 인플루엔자(AI)의 발생으로 50일 동안 총 3000만 마리의 가금류를 몰살했다. 정부는 조류 독감이 발병할 때마다 철새를 탓하며 연례행사마냥 닭을 매장한다. 이윤을 목적으로 한 유통업계의 동물 학대, 적극적으로 방관한 정부, 그리고 소비자의 공모의 결과가 또 다른 학살로 이어졌다. 그렇게 산 닭은 그럼에도 죽어 간다. 유통업계는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면 조류 독감에 안전하다는 틈새 홍보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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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람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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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 닭의 해, 수 억 마리의 닭이 죽어나가는 해다. 제 껍질도 깨지 못하고 세상을 마주한 병아리는 빛을 보기 전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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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하 baram.news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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