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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온탕 냉탕 오가는 분양시장…실수요자만 골탕

대출 금리 상승세, 중도금 부담에 주택 포기 사례 늘어

2016-10-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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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주택구입을 앞두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서울 주요 분양시장은 수십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급격하게 오른 대출 금리로 인해 이자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분양시장 한쪽에서는 '묻지마 청약'이 이뤄질 정도로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권의 대출금리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면서 대출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때문에 분양시장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애꿎은 실수요자들의 피해만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80%로 8월에 비해 0.10%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7월 2.66%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다.
 
집단대출(중도금 대출) 금리도 한 달 새 0.11%p 오른 2.90%을 기록했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3.03%로 3%를 넘어섰다.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준금리는 변동이 없지만 은행들이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한도가 기존 100%에서 90%로 축소되면서 은행들이 이를 금리에 반영한 영향도 있다.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중도금을 대출해 줄 은행을 찾지 못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조사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들이 지난 8월25일부터 이달 17일 사이 분양한 아파트 42개 단지 중 중도금 대출 협약을 완료한 단지는 8개(19%)에 불과했다. 8곳 중 7곳은 입지가 좋은 서울, 부산, 세종에 위치한 곳이었다.
 
또 최근에는 계약률이 100%지만 지방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시중은행의 대출이 거부돼 지방은행, 제2금융권과 대출을 협의하고 있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중도금 대출이 거부될 경우 청약 당첨자들은 개인적으로 은행을 찾아 대출금을 마련해야 한다. 불편함은 둘째치고라도 금리도 더 비싸고 신용등급이 낮거나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대출이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
 
올 7월 동탄 2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직장인 강모(42)씨는 중도금 대출 때문에 주택구입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강 모씨는 "1차 중도금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았는데 대출 잔액이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며 "은행에서는 현재 살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2금융권까지 이용하면서 주택구입을 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주택구입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서울 주요 분양시장은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신촌숲 아이파크는 평균 74.8대1을 기록한 데 이어 신길뉴타운 아이파크 52.4대1, 고덕 그라시움 22대1, 방배 마에스트로 16.43대1 등 1순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 서울 주요 정비사업 현장들은 입지가 좋아 당첨 이후 곧바로 웃돈이 붙는 곳이 대다수다. 때문에 투기세력이 몰리면서 묻지마 청약도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구입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의 입장에서는 경쟁률만 높이는 투기세력이 좋게 보일 리 없다. 전매제한 기간을 강화하고 청약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투기세력을 억제하고 무주택자들의 주택구입을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부동산거품 유지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가계부채 안정과 투기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묻지마 청약이 불가능하도록 청약자격을 강화하는 한편 실수요자가 신규분양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고, 의무거주 기간을 부여해 가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 대출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서 주택구입을 앞두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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