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박용준

https://www.facebook.com/yjuns

같이사는 사회를 위해 한 발 더 뛰겠습니다.
한글 파괴 주범은 방송…국민 82%가 "제한 필요"

한글, 우리나라에서만 외면…국민 중 47% "한글에 관심 없어"

2016-10-09 15:21

조회수 : 6,49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예의 없음을 논한다지만, SNS 발달 덕택에 통신언어는 ‘외계어’로까지 불리고, 글로벌 시대에 외래어 사용은 피할 수 없는 요즘이다. 이에 한글날 570돌을 맞아 국립국어원이 올 초 발표한 ‘2015년 국민의 언어의식 조사’를 통해 우리말의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립국어원은 2005년 이후 5년마다 20대 이상 70대 미만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언어 사용 습관과 언어 교육과 언어 정책에 대한 인식 정도를 조사하고 있다.(편집자 주)
 
570돌 한글날을 앞두고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이야기에서 시민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글이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작 절반 정도만이 한글과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조어와 외래어 등으로 인해 미디어에 나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경험을 겪은 국민은 60% 이상으로 미디어의 무분별한 언어 사용이 도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국어와 국어 사용에 대한 관심 정도를 조사한 결과, 53%가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47%는 국어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에 대한 관심도는 2010년 45.6%보다는 다소 상승했지만 2005년 첫 조사 당시 60.9%보다는 하락했다.

관심 있음 답변은 30대와 제주·전라권, 대학교 졸업·재학에서 많이 나타났으며, 관심 없음은 60대 이상과 충청·경상권, 초등학교 졸업 이하에서 높았다.

또 국민들이 국어를 바르게 사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과반이 넘는 61.8%가 동의했으며, 반대 의견은 18.7%에 그쳤다. 국민들이 바르게 쓰고 있지 못하는 모습으로는 ‘말할 때 내용 연결 미흡’이 23.4%로 가장 높았으며, ‘맞춤법과 띄어쓰기 부정확(20.7%)’, ‘부정확한 발음이나 억양(16.7%)’이 뒤를 이었다.

언어 사용에 대한 인식으로는 ‘중·고교생의 말투가 거칠다’에 77%가 동의했으며,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에 65.6%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잘 모르는 유행어가 많다’에 60%,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는 사람이 많다’에 56.3%이 동의한 가운데 ‘남성의 말투가 거칠다’는 59%, ‘여성의 말투가 거칠다’는 44.5%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 자신이) 국어를 바르게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절반이 겨우 넘는 52.9%만이 바르게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17.2%로는 바르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식에는 61.8%가 바르지 못하다고 답한 반면, 자기 자신에는 17.2%만이 답하면서 자신에 대해 관대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평소 외래어나 외국어를 얼마나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56.6%가 매우 혹은 대체로 많이 사용한다고 답했다.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20.8%에 그쳤으며, 많이 사용한다는 답변은 2010년 조사 당시 44.1%에 비해 12.5%p 상승했다.

외래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답변은 20대·수도권·고소득자·고학력자 등 외래어와 외국어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많이 나타났다. 외래어와 외국어 사용이 ‘어느정도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54.1%, ‘지금보다 더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26.5%를 차지했다.

외래어나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난 척하는 느낌이다’가 22.2%, ‘유치해 보인다’가 9.1%, ‘세련된 느낌이다’는 12.3%, ‘학식이 높아 보인다’는 9%로 나타났다.

한편,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왔던 말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에 대해선 62%가 있다고 답했으며, 주로 전문용어, 외래어·외국어, 유행어·신조어 등으로 조사됐다.

‘방송에서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한다’에는 48%, ‘방송에서 비속어를 많이 사용한다’에 42.4%가 동의한 가운데 82.5%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송언어를 제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주로 사용하는 통신언어에 대해서는 우리말 파괴, 세대차이 조장, 심한 욕설이나 저속함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과반을 넘겼지만, 풍부한 어휘 생성, 친근한 언어 사용, 재밌는 이모티콘 표현 등 긍정적인 의견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한편, 한글은 유네스코(UNESCO)가 1997년 10월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함으로써 전 세계 수많은 문자와 언어 가운데 된 유일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 박용준

같이사는 사회를 위해 한 발 더 뛰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