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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옐로 카펫'의 교훈

2016-09-08 06:00

조회수 : 4,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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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래의 희망이라 말하는 아이들과 청소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지만,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투표권이 없어서, 부모 품 안에 있어서, 나이가 어려서, 경제력과 힘이 없어서, 아마도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여하튼 정책 우선순위에서 이들은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팍팍하기만 한 어른들의 세상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낙후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옐로 카펫(Yellow Carpet)은 기업, 단체, 지자체, 주민 등이 힘을 모아 적은 돈으로도 큰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옐로 카펫이란 말 그대로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횡단보도 앞 벽면과 바닥면에 노란색 삼각꼴로 표시를 하고 야간 조명용 태양광 램프를 하나 설치하는 것이 전부다.
 
이 별 거 없을 것 같은 노란색 세모꼴로 인해 주변과 공간이 분리되면서 아이들은 차도로 나가는 대신 옐로 카펫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운전자들은 높은 시인성으로 안전운전을 하게 된다.
 
지난 2월 교통학회 세미나에서는 옐로카펫을 설치한 후 횡단보도 시인성이 봉래초등학교에서는 34%에서 95%로 올라갔다고 발표할 정도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학부모 모임에서 어린이 안전요소로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꼽았고, 여기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국제아동인권센터 등이 머리를 맞대자 옐로 카펫이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순수제작비가 한 곳당 35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이 옐로 카펫이 지난해 4월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원초등학교 등에서 시작한 이래 현재 전국 100곳이 넘게 깔렸다.
 
입증된 효과에 적은 비용, 주민들의 호응이 더해지면서 민간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민·관 협력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흔히 불결한 장소로 인식하는 화장실에 손대는 학교 화장실 개선사업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서울 곳곳에는 하늘을 찌르는 현대식 빌딩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이 하루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1980년대 이전 모습 그대로인 곳이 태반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보편화된 서양식 변기가 30% 미만인 학교가 149개교에 달하면서 아이들은 용변 보러 집에 가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재건축, 리모델링, 보수 등의 방법 대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다름 아닌 화장실에 주목했다.
 
기업들과 단체들이 힘을 보태면서 지난해까지 175개교 625개 화장실이 바뀌었고, 올해도 민간 참여가 늘면서 265개교에서 개선작업이 진행 중이다.
 
학교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들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의견을 내고, 여기에 디자인디렉터가 전문성을 더하면 칙칙하던 화장실이 형형색색의 재미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에 여학생 변기 수와 남학생 대·소변기 수를 비슷하게 맞추고, 장애학생 배려 설계, 양치 생활화를 위한 양치대와 세면대 보강 등은 덤이다.
 
당연하게도 이용자인 학생들의 만족도는 따로 조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높다.
 
지난 3월 화장실 개선 사업을 마친 동일여자상업고등학교 총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은 최근 시청 담당 부서에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손 글씨로 채워진 감사편지를 보냈다.
 
이들 학생은 편지에서 입을 모아 “좁고 불편하던 화장실이 예쁘고 편리하게 만들어져 선생님과 학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결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데 꼭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귀 기울여 주고 조금 더 관심을 갖는다면, 제2의 옐로 카펫, 제2의 학교 화장실 개선사업 같은 일이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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