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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김종인 "구조조정에 발권력 동원? 개발시대 악령"

민주정책연구원 구조조정 토론회서…"부실기업 책임 소재도 가려야"

2016-06-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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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려는 정부의 구상에 대해 “개발시대의 악령이 살아나는 것”이라고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업이 부실화되는 과정의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정책연구원 주최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재원마련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70년대에는 한국은행이 발권하고 이자도 싸게 공급하며 부채비용을 메꿔가는 역할을 했었다”며 “이같은 한은 차입은 1980년대 들어서 방지됐는데, 예전 버릇이 현재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이제는 생각을 달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는 말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주도할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토론회 참석자들도 정부의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자본인정증권을 발행하는 등 다른 방법이 가장 자연스럽다”며 “한은의 발권력 동원은 법상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법은 급박한 경제·금융상의 위기가 없는 경우 한은과 다른 기관 사이의 거래, 한은이 취득할 수 있는 금융자산의 범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은을 동원하려는 것은 그간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 교수는 “사실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부실 현황 파악과 책임자 처벌 등이 되어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며 “산은·수은이 정상적이라면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며, 만일 부실한 상황이라면 책임자를 처벌하고 공적자금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한은을 동원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종인 대표도 “구제가 필요한 기업들이 자율안을 제출만 하면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식의 구조조정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채 비율을 보면 천문학적이지만 경영진들은 아무 이상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며 “그런 식의 구조조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국가미래연구원 등의 주최로 열린 ‘소득과 부의 불평등 실상과 원인 및 전망’에 참석한 여·야 지도부는 사회 내 구조적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참석자들은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는 조선시대 양반, 상놈 구조보다 더 심각한 수탈구조"(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격차가 심각하게 진행 중"(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이라는 등의 말로 불평등 문제의 고착화를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정책연구원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재원마련 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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