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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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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이색' 선거전보다 정책 선거전으로

2016-04-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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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20대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국적으로 이색 선거전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 혐오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자신을 알리기 위한 후보들의 노력이 눈물 겨울 정도다. 귀를 울리는 홍보 노래나 '오와 열'을 맞추고 벌이는 화려한 율동은 이제 선거전의 기본이 됐다. 더 눈에 띄지 않으면 유권자의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듯 후보들은 이색 선거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후보는 조선시대 죄인을 실어 나르던 수레인 ‘함거’에 몸을 싣고 죄인이 되지 않도록 책임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후보는 자신의 별명인 황소를 본 떠 뿔과 꼬리까지 달린 트럭을 만들어 유세를 다니기도 한다. 또 어떤 후보는 대형 인형 풍선을 등에 메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후보도 나왔다. 한 후보는 보기에도 위험한 포클레인에 올라가 지지를 호소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도로 위에서 너무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해당 후보를 비난하기도 했다. 정차돼 있는 포클레인에 올라간 것은 정차 및 주차 금지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32조에 위반된다는 해석도 나왔다.
 
후보자의 딸과 아들들이 선거전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들의 외모도 선거판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한 후보는 딸의 미모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 장인’ 반열에 올라섰고, 어떤 후보의 아들에 대한 뭇 여성들의 관심은 연예인 인기를 뺨친다. 못 생긴 아들, 딸들은 선거에 나선 부모에게 왠지 불효하고 있다는 감정이 생길 것 같은 분위기다. 가족 중에 연예인이 있다면 부인, 조카 마다하지 않고 선거전에 투입된다.
 
물론 이런 행동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겠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 한 쪽에 불편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오직 표 다툼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게 만드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이색 선거전 인기투표는 아니다. 아들, 딸이 잘생겼다고 그 후보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이래도 되나 싶다.
 
튀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책 선거는 자취를 감춘 듯하다. 국회의원 선거는 우리 동네와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 선거다. 당연히 후보는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를 걸어야 된다.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더 세밀하게 만들고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해야 된다. 그리고 이를 알리는데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방 언론사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점검하기 위해 TV 토론회를 열고 있지만 후보들의 불참 통보가 줄을 잇고 있다. 벌금 몇 푼 내고 밖에 나가 얼굴 한 번 더 알리는 것이 득표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토론회까지 나와 설명할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책에 관심 없는 유권자 스스로가 만들어낸 풍경일 수도 있다. 유권자들이 정책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후보들도 정책으로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유권자는 깨어 있어야 한다. 화려한 선거전에 한 눈 팔지 말고 그 사람이 어떤 참신한 정책을 내놓았는지 물어야 한다. 정치에 대한 나름의 철학은 가지고 있는지, 그 당 후보로 총선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지 점검해야 할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치부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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