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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정유·석화 지각변동)③위기는 현실…"변화만이 생존을 보장한다"

2016-03-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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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수백년의 세월을 견디는 나무의 생존 비결은 외부의 환경 변화를 치밀하게 파악해 자신을 선제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기업에 있어서도 변화만이 한계 없는 생존과 성장을 보장합니다."
 
지난 4일 충북 청주시 오창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상시화된 위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올 정도"라며 대안으로 '선제적 변화'를 제시했다. 이 같은 위기와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LG화학에 국한된 게 아니다.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확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성장 둔화 등 가시화된 경제지표는 표면적 위기일 뿐이다. 이미 글로벌 산업은 '검은 다이아몬드' 석유에 의존하는 시대를 벗어나 친환경 대체 에너지원인 태양광과 2차전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석유제품 영역은 단순 범용제품을 넘어 고강도·신소재, 바이오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변화에 뒤쳐진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 '석유화학' 주목
 
정유업계의 지난해 성적은 호황기를 방불케 했다. 경기불황과 저유가 파고에도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4조7926억원(SK이노베이션 1조9803억원, GS칼텍스 1조3055억원, S-Oil 8775억원, 현대오일뱅크 6293억원)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것은 유가가 지속 떨어지는 상황에도 정제마진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기형적 형태에 따른 것"이라며 "올해에도 정제마진은 적정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를 지탱해 온 고도화설비에 대한 한계점도 다가오고 있다. 고도화설비는 원유를 추출하고 남은 저가 중질유를 다시 정제해 휘발유·가스 등 고부가 경질유를 추출하는 시설로, 국내 정유 4사의 고도화 비율은 30% 이상이다. 이 같은 고도화 비율을 통한 높은 정제마진 역시 중국 등 후발업체들에게 급격히 따라잡히고 있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가 주목하는 신사업 분야는 석유화학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된 나프타 등을 통해 다운스트림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효율성이 높고, 분야가 광범위한 만큼 미래사업 확장에도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텍과 합작해 중한석화를 설립하고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나섰다. 또 자동차 배터리를 주목,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의 생산설비를 4만대 규모로 증설한다. GS칼텍스는 멕시코 몬테레이시에 복합수지 생산·판매법인 'GS칼텍스 멕시코 S.R.L' 설립에 이어 올 상반기 차세대 바이오 연료인 바이오부탄올 데모 플랜트 건설 착공에 돌입한다.  
 
S-Oil은 4년에 걸쳐 총 4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잔사유 고도화 생산공장(RUC) 및 올레핀 생산공장(OD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 설립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나섰다. 현대케미칼은 총 1조2000억원을 들여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혼합자일렌(MX)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연내 상업생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 시선은 '더 멀리, 더 넓게'
 
석유화학업계의 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이에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등 에너지, 바이오, 고강도·초경량 신소재 등을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채 열리지 않아 폭발성을 예단키 어렵다.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올해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규제가 이어지는 등 환경도 우호적이다.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678만대에서 2020년 1045만대로 늘 전망이며, 태양광의 전세계 발전량은 지난해 58GW 수준에서 2018년 75GW 이상으로 매년 1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가장 먼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LG화학은 올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지사업본부는 3조15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중 전기차 배터리 분야 매출은 7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성 개선은 과제로 꼽힌다. 
 
태양광 분야 역시 고진감래 끝에 다가섰다. 한화큐셀이 지난해 3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4030만달러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신성솔라에너지, 웅진에너지, 에스에너지 등 중소 업체들도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폴리실리콘을 주력으로 하는 OCI만 회생하면 된다.
 
걸음마 단계인 사업도 있다. 바이오 영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기업은 올해 동부팜한농 인수를 마무리 짓는 LG화학이 유일하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사업 및 기술 연관성이 높아 글로벌 대형 화학기업들의 생명과학사업 육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소재사업의 성숙과 중국의 성장 속도를 볼 때 차별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사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LG화학, 코오롱, 효성, 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 제품인 초경량·고강도 신소재 개발에 집중한다. 각 업체들은 기존 철강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동시에 아직 제자리인 아라미드, 폴리케톤, 탄소섬유, 탄소나노튜브 등 신소재 활성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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