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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사태 유탄맞나

분데스리가의 큰손에서 재정 긴축해야 할 처지 돼

2015-10-1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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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독일의 유명 자동차 제조기업인 폭스바겐의 가스배출 조작 스캔들은 폭스바겐의 판매범위가 독일을 너머 세계인 만큼 충격파가 컸다. 이번 사태로 폭스바겐은 21조원 규모 배상을 해야하는 등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신뢰도도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 이 사건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게도 악영향을 줬다.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의 옛 팀으로 한국에 알려진 VfL볼프스부르크가 폭스바겐의 많은 지원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 구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파로 구단은 이미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볼프스부르크 축구단의 홈 축구장인 폭스바겐아레나. 사진/이준혁 기자
 
1945년 창단된 볼프스부르크는 분데스리가에서 대표적 '큰 손'으로 통한다. 사건 발생 전인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율리안 드락슬러(22), 안드레 쉬얼레(24) 영입에 7000만유로(한화 약 900억원)을 투자할 정도다. 볼프스부르크는 풍부한 자금력을 토대로 우수 선수를 영입했고 탄탄한 인적 자원으로 대회 우승도 수차례 겪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폭스바겐은 볼프스부르크의 재정지원을 줄일 것이 뻔하다. 폭스바겐은 이 일 이전부터도 스포츠 마케팅 지출액이 과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폭스바겐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마티아스 뮐러(62)는 최근 "우린 지금 긴축을 해야 하고, 어떤 곳에 정확히 지출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조짐은 보이고 있다. 볼프스부르크는 최근 유소년훈련장의 건설 연기에 대해 발표했다. 본래 볼프스부르크는 오는 2017년부터 약 400만유로(한화 약 51억원)을 투자해 유소년훈련장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모기업 폭스바겐에게 해마다 1억유로(한화 약 1286억원)가량을 투자받아온 구단이 400만유로 규모 투자를 물린 것이다.
 
더군다나 클라우스 알로우프(59) 볼프스부르크 대표는 "지금은 투자할 수 없는 시기"라며 연기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폭스바겐의 가스배출 조작 스캔들 여파가 이미 축구단에 다다랐음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독일 현지에선 이번 발언으로 팀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급속도로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볼프스부르크는 내년 시즌부터 유니폼 후원사를 나이키로 하기로 결정하고, 10년간 매년 800만유로(한화 약 102억원)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볼프스부르크도 모기업의 의존을 줄이는 모양새의 시작이란 평가가 적잖다.
 
폭스바겐은 볼프스부르크를 관계사로서 후원했지만, 분데스리가로 봐도 영향력이 크다. 폭스바겐은 바이에른 뮌헨의 지분을, 계열사인 아우디는 잉골슈타트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함부르크와 샬케 등 여러 구단의 광고 후원을 하고 있다. 분데스리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다.
 
그간 스포츠단의 경우 상대적으로 모기업이 있는 구단의 운영 환경이 더욱 좋다고 평가받아왔다. 다만 이번 볼프스부르크 건은 기업 스포츠단 체제가 만능은 아님을 알리는 방증이다. 현재 한국의 프로스포츠단은 다수가 기업 산하다. 이번 건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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