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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혜

해충과 진흙 물을 걸러주는 ‘마실 수 있는 책’

세계시민

2015-10-12 19:19

조회수 : 7,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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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마실 수 있다.” 이 문장은 언뜻 보기에는 말이 안 되게 들린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수질 정화시스템의 이야기이다. 소위 ‘마실 수 있는 책’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 책의 용지는 표면이 가공되어 있으며 각 페이지에는 물이 어떻게 또 왜 정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쓰여 있다. 이 페이지는 은과 구리의 나노입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물질들이 용지를 통과하는 물속 박테리아를 박멸한다. ‘마실 수 있는 책’의 연구 내용과 그 전망에 대해 2015년 8월 16일 영국 BBC 닷컴이 보도했다. 
 
 
BBC 닷컴. 사진/바람아시아
 
식수를 정화하기 위해 페이지를 뜯어낼 수 있는 책. 이 책이 첫 번째 실험에서 그 효과를 증명했다.
 
남아프리카, 가나, 방글라데시의 25개 오염된 수자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책 속) 종이는 99% 이상의 박테리아를 박멸시키는 등의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연구진들은 ‘마실 수 있는 책’의 정화를 거친 물의 오염수준은 미국 수돗물의 그것과 비슷했다고 밝혔다. 극소량의 은과 구리가 검출되기도 했지만, 이는 안전 기준량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 시범 사용 결과는 보스턴에서 열린 250번째 미국 화학 학회 회의에 발표되었다.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테리 단코비치(Teri Dankovich) 박사는 캐나다 맥길 대학과 미국 버지니아 대학에서 일하며 수년간 ‘마실 수 있는 책’의 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단코비치 박사는 663백만 명 정도의 세계 인구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마실 수 있는 책’의 기술은 개발도상국에 초점을 둔 것임을 밝혔다.
 
“당신은 단지 책의 한 페이지를 찢은 후, 간단한 필터 받침에 꽂아 물을 붓기만 하면 된다. 강물이든, 개울물이든, 우물에서 온 물이든 상관없이 부은 물속 박테리아는 제거될 것이다.” 단코비치 박사가 BBC 뉴스에 한 말이다.
 
작은 곤충들은 용지에 스며드는 과정에서 사용된 나노입자에 따라 은 이온 혹은 구리 이온을 먹는다. “이온이 나노입자 표면 밖으로 나오고, 그것들은 미생물에 흡수됩니다.” 라고 단코비치 박사는 설명했다. 그녀의 실험에 따르면, 한 페이지는 100ℓ의 물까지, 책 한 권은 한 사람이 4년간 쓸 수 있을 만큼의 물까지를 정화할 수 있다.
 
단코비치 박사는 이미 인공적으로 오염시킨 물을 이용해 자신의 실험실에서 이 책의 기능에 대해 실험한 바 있다. 그 실험의 성공은 자선단체 워터이즈라이프(Water is Life), 그리고 iDE와 협력하여 2년간 진행된 현지 실험으로 이어졌다. 이 실험들에서 우물에서 길어낸 물 표본들은 평균 99% 이상의 박테리아 농도로 오염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표본에서, 박테리아 농도는 0%로 떨어졌다.
 
단코비치 박사는 “우리가 책으로 물을 걸러내자 90% 이상의 표본에서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라고 말하며 실험실뿐만 아니라 현지 실험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낸 일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처리하기 힘든 지역도 있었다. “말 그대로 날것의 하수구 물이 개울로 흘러들어 가 물속 박테리아 농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 한곳 있었다.”
 
“그러나 ‘마실 수 있는 책’을 시험사용 한 결과, 극도로 오염된 물이었음에도 박테리아는 거의 완전하게 제거되었다. 우리는 깊게 감동했고, 분명히 이 책이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
 
단코비치 박사와 그녀의 동료들은 현재 수작업으로 만드는 ‘마실 수 있는 책’이 공장 생산되기를,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그 필터를 직접 사용하는 단계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이 책의 효과를 더 알아내기 위해, 그것을 사람들의 두 손에 맡겨야 한다. 사람들 각자가 스스로 과학자일 때에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코비치 박사와 iDE가 협력하여 진행했던 방글라데시 시험사용에서는 이 ‘마실 수 있는 책’이 방글라데시 전통 용기인 ‘콜시’에 잘 들어맞는지를 확인해보았다.
 
터프츠 대학의 환경 공학자 다니엘 랭텐(Daniele Lantagne) 씨는 ‘마실 수 있는 책’ 시도의 데이터들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물을 처리하는 실제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으로 발전할 만한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 ‘마실 수 있는 책’은 현재 필수적인 두 단계를 거쳤다고 볼 수 있다. 실험실에서, 그리고 실제의 물 원료에서 이 책이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랭텐 박사는 이제는 상업성이 있고 측정 가능한 상품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 속 페이지가 딱 들어맞는 디자인 말이다. 또한, 그녀는 ‘마실 수 있는 책’이 박테리아 이외의 다른 질병 유발 미생물도 제거할 수 있는지 정확하지 않다며, “원생동물과 바이러스까지 제거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정말 유망한 기술이지만, 그 책이 세계를 구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중요한 단계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갈 길이 아직은 멉니다.”
 
카일 두드릭(Kyle Doudrick) 박사 또한 ‘마실 수 있는 책’이 비(非) 박테리아 발병 물질까지 제거할 수 있다면 그때야 정말 강력한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예를 들어 최근 랭커셔 지방에 소동을 일으킨 작은 기생충, 크립토스포르디움 같은 것을 말이다. 두드릭 박사는 인디애나 주 노트르담 대학에서 지속가능한 물 처리 방식을 연구한다. 또한, 그는 사람들에게 이 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얼마나 자주 갈아주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두드릭 박사는 덧붙였다. “그래도, 현재 이용되고 있는 다른 수질 처리 장치인 세라믹 필터나 자외선 살균기보다 ‘마실 수 있는 책’이 유망한 것인데, 가격이 저렴할뿐더러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천민진 기자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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