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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브라질 월드컵 개최 코앞..잇딴 시위 발생 이유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 2.4%에서 1.5%로 급감

2014-06-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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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브라질이 월드컵 개최를 이틀 앞두고 이어지는 시위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월드컵 효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가 이미지도 개선될 것이란 정부의 발표에도 성난 시민들의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월드컵 개최지 상파울루, 시위와 파업으로 아수라장
 
11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월드컵 첫 경기가 펼쳐지는 브라질 상파울루와 전국 곳곳에서 월드컵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드컵 개최를 코 앞에 두고 브라질 국기와 행사 깃발이 거리에 나부끼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 사이에선 축제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월드컵 개최지다운 열정은커녕 시위와 파업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나라 곳곳에 감돌고 있다.
 
◇브라질 원주민이 시위가 일어난 월드컵 경기장 부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첫 번째 경기가 펼쳐지는 상파울루의 시민들은 닷새째 계속된 지하철 노조의 파업으로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자가용 이용자 수가 늘면서 201km에 달하는 지역 도로는 요 며칠간 주차장이 됐다.
 
사회 운동가들은 전국 12개 월드컵 스타디움 근처에서 월드컵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무역노조는 파업을 단행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지역 지하철 노조는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 노조는 정부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처럼 시위와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생활고 때문이다.
 
한때 브라질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남미 국들과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으나, 이제는 아니다. 브라질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3%로 지난 2010년의 7.5%에서 급격히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국가 재정지출이 감소한 가운데 민간소비마저 줄어든 탓이다.
 
신용카드 남용으로 빚더미에 앉은 서민들은 대출 이자를 갚는 데만 소득의 20%를 써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공공사업 프로젝트를 단행하려 해도 산업 규제수위가 높고 성과보수 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날 세계은행(WB)은 브라질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5%로 낮췄다.
 
◇정부 "월드컵, 경제적 실익 있어" VS 반대측 "못 믿겠다" 
 
브라질 정부가 경제적 실익도 분명치 않은 국제 행사에 목을 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브라질은 월드컵이 열릴 경기장과 기반시설을 짓고 홍보를 하는데 110억달러(11조1804억원)를 쏟아부었다.
 
시민들은 교육과 고용, 기초 생활시설 등에 투자하고도 남을 돈이 엄한 곳에 쓰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상파울루에서 교사 일을 하고 있는 아나 로사는 "정부는 엄청난 돈 낭비를 하고 있다"며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상상해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런 비난은 정치권에서도 나온다. 마일손 다 노브레가 브라질 전 재무장관은 "기반시설 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부패 스캔들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며 "정부는 가진 재원을 엉망으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로이터통신)
여론이 악화되자 지우마 호세프(사진) 브라질 대통령은 월드컵의 실익을 강조하고 나섰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효과로 38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관광객은 60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국가 이미지 재고와 기업 홍보 효과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월드컵 반대 측은 정부가 발표한 수치를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도 대부분 임시직이라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월드컵이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에 미칠 영향은 0.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월드컵 효과를 기대하기 전에 먼저 조세제도와 연금개혁 등 경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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