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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성추행·해결사 검사'에 부실수사까지..검찰, 총체적 난국

'이진한 솜방망이' 뭇매에 현직 검사 공갈혐의 구속.."令이 안 선다"

2014-01-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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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조승희기자] 검찰이 심란하다.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이후 첫 인사를 두고 '좌천 인사'라는 등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성추행 논란을 야기한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을 솜방망이 처분한 것을 두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어 자신이 구속기소한 여자 연예인과 연인관계로 발전한 현직 검사가 연인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협박을 가한 혐의(공갈죄) 등으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검사에게는 '해결사 검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해결사 검사'가 구속된 다음날인 17일 이번에는 서울중앙지검의 김모 수사관이 버스 안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체면을 구겼다.
 
지난달 6일 김 총장이 '검찰 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직접 토론회를 열고 "검찰구성원 모두가 검찰의 존재이유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인식하고, 공직윤리를 확고히 정립하는 '사고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도대체 '영(令)'이 서질 않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뇌물검사', '성추문 검사' 등 낯 뜨거운 추문에 시달렸던 2012년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같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흘러나온다.
 
수사에서도 검찰은 잇따라 물을 먹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과 관련,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장에 이어 조오영 전 청와대행정관, 국정원 조사관 서모씨 등이 연루됐다는 사실까지 밝혀내고 서초구청을 압수수색까지 했지만 실체인 '윗선'을 향해서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사건'도 수사가 시작된 지 반년째 공회전 중이다.
 
수사개시 4개월 만인 지난 11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당 정문헌 의원을 한차례씩 소환 조사했을 뿐 지금까지 잠잠하다. '국정원 댓글녀' 감금사건도 미완의 상태로 해를 넘겼다.
 
이렇다 보니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기로 이미 결론을 내렸다는 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물론 검찰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결론이나 방침은 정해진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 총장이 취임과 함께 엄단을 연이어 강조했던 '철도노조 파업사건'도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면서 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모습이다.
 
검찰은 파업 이후 경찰을 지휘해 노조간부 3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받아 1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거나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그나마 전날 서울서부지법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명환 위원장 등 핵심 노조간부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면이 섰다.
 
재벌수사도 벽에 부딪치긴 마찬가지다.
 
검찰은 '사기성 CP’ 발행 혐의를 받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임원 4명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지만 900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재벌수사 한계는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회장을 네 번이나 소환조사했다. 소환조사 시간을 합산하면 60시간에 육박한다. 혐의 입증에 상당한 시간을 들인 만큼 검찰은 자신을 보였다. 게다가 참여연대가 2회에 걸쳐 고발한 횡령·배임액 1000억원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 혐의 입증에 집중하는 등 구속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영장은 기각됐다. 앞서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된 조 회장에 대해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를 문제로 삼으면서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수사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혀 조 회장이 고령인 점과 병력이 있는 점에 무게가 실리면서 영장이 기각됐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반면, 법원은 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해 검찰의 미진한 수사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지금까지 일련의 사태보다 더 큰 문제는 정기인사로 인해 이들 중요사건을 담당했던 부장검사 및 주임검사들이 수사팀을 떠났다는 것이다.
 
새로운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사건 파악과 수사 및 사법처리 전략이 다시 수립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사 진척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김 총장은 이번 인사에 따른 수사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요사건들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파견이나 출장 형식으로 수사에 계속 참여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찰기능도 사후 감찰이 아닌 비위 예방차원의 감찰에 무게를 두고 사건 재발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일선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검찰 수사에 활기를 넣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직검사가 '공갈' 혐의 등으로 구속된 당일인 지난 16일 김진태 검찰총장이 심란한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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