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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데스크칼럼)지도자의 품격을 생각한다

2013-12-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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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 10월30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72명을 발표했다. 세계인구 72억명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영향력', '재원',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역',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적극성'이라는 4가지 기준으로 선정한 명단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위로, 국력과 정치적 파워 등을 감안할 때 대개 수긍하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4위는 의외의 인물이 차지했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정재계 인사가 아닌 종교 지도자로서는 극히 높은 순위다. 그러나 교황 관련 소식들을 접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올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탈하면서도 열정적인 행보로 훈훈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그는 교황청의 부패 척결을 위해 바티칸은행의 개혁을 주도하면서 마피아의 표적이 됐고,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해 이탈리아 남쪽의 람페두사섬을 방문해 유럽 각국 정치권의 미움을 샀다. 신경섬유종증으로 얼굴이 흉하게 변한 환자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키스를 하는가 하면, 성 베드로 광장 미사에서 단상에 올라 장난치는 소년을 인자한 미소로 받아주는 교황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빈자, 약자의 편에 서서 몸을 낮춘 교황의 말과 행동에서의 느낌 그대로 교리에서도 파격적이다. 지난 9월12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리퍼블리카`를 통해 지구촌에는 새로운 복음이 전파됐다. 무신론자가 보낸 편지에 답글 형식으로 전해진 교황의 메시지에서 그는 "신의 자비는 한계가 없다. 무신론자는 그들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 된다"고 설파해 유일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중시하는 교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신자 감소, 성직자 성추문 등으로 쇠퇴하던 가톨릭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세인들에게도 두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종교계에서는 `프란치스코 효과`라고 부르며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의 정치, 경제, 종교계의 몇몇 '리더'들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연출하는 막장드라마에 염증이 난 우리이기에, 교황의 행보를 두고 "지도자의 격은 집단 전체를 달리 보게 한다"고 한 어느 트위터리안의 찬사에 더없이 공감이 간다.
 
이제 4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나머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였는지 좀 더 살펴보자.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의 순위가 궁금하다.
 
한국인으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32위, 이건희 삼성 회장이 41위,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50위에 들었다. 북한의 김정은도 51위로 꼽혔다.
 
그럼, 세계 경제 순위 11~15위 수준을 몇년째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순위는 52위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발간하는 잡지의 순위 따위가 대수냐 애써 외면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순위가 아닐까.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스트레이트포워드(straightforward)'라고 표현했다. 솔직하고 직설적이라는 뜻의 이 단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로 해석하는 듯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문제는 그 '할 말'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진정으로 해야 할 말보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개인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여권과 법조계가 청와대의 심기를 충실히 읽어 정의구현사제단을 '종북구현사제단'으로 몰아붙이는 마당에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도 방한한다면 '좌파 교황'도 모자라 '종북 교황'이라 칭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포브스 순위 선정결과와 최근의 종북 논란 등을 두루 살펴보며, 전임 이명박 정권에서 그렇게도 강조하던 '국격'이란 단어를 새삼 되새겨보게 된다. 대한민국의 국격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가.
 
"지도자의 품격은 집단 전체를 달리 보게 한다"는 말이 시린 겨울바람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김종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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