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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노후빈곤)방치하면 사회 불안..더 큰 비용 감수해야

(하)거리의 어르신들 누가 돌볼 것인가

2013-11-01 06:00

조회수 : 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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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이모(60세)씨는 3년 전 허리를 다쳐 힘든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그는 서울 종로 일대에서 오전 9시부터 해질 녘까지 폐지를 줍는다. 이렇게 하루 종일 일해서 5000원정도를 번다. 국민연금은 납입한 적이 없어 받을 일도 없고, 남편과 자녀도 없다. 허리가 아픈 이씨가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일하는 이유다.
 
#김모(84세)씨 매일 새벽 6시30분 은평구 갈현동 자택에서 탑골공원으로 '출근'한다. 점심과 저녁을 무료 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울 수 있고 또래 말동무가 많아서다. 아침은 공원 인근에서 2000원짜리 해장국을 사먹는다.
 
◇고령근로자 비율 '세계 최고'
 
김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데다, 6·25전쟁에 참전한 공로로 19만원을 받고 있다. 이런 돈으로 서울시 SH공사가 지원해주는 집 월세 2만800원도 지불하고, 밥값도 내고 있다. 그에게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남은 삶을 최소한의 수준으로라도 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셈이다.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한 어르신이 골판지 등 폐지를 담은 손수레를 끌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우리나라에는 이씨처럼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잇기 힘든 고령자들이 많다. 그래서 한국의 고령 노동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65~69세 고용률은 2011년 기준 41%로 OECD 32개국 중 2위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55세 이상 취업자 수가 95만6000명으로 청년 취업자 수를 처음 앞질렀다.
 
그러나 고용의 질은 높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5~79세 취업자의 직업은 단순노무가 47.1%로 가장 많았고 농림어업(20.5%), 서비스판매(19.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빈곤의 늪 악순환
 
살기 위해 일은 열심히 하지만 빈곤의 늪을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다.
 
정부가 고령자들의 노후 빈곤 탈출을 돕기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고 단순 공공근로 등 그야말로 생색내기용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영호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최고의 노인 복지는 소득을 보장하고 외로움 해소를 도울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자리 지원 대상 노인의 평균 연령이 74세인데다 절반 이상은 무학 또는 초졸이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복지기반 확대해야"
 
일자리 확충을 통한 복지가 어렵다면 방법은 한가지다.
 
빈곤에 허덕이는 고령자들에게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OECD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국의 노인복지지출 비중은 지난 2009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1%로 OECD 33개국 중 32위다. OECD 평균인 7.3%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노후 빈곤이 고착화될 경우 사회 불안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국가가 치르는 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경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정책' 보고서에서 "노인빈곤의 일차적 원인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 노후소득보장기능이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70대 노인에게 계속해서 '일해라'고 할 수 있겠냐"라고 반문하며 "우리나라 노인 양극화 문제의 핵심은 (기초) 연금 등 사회·제도적 완충장치가 선진국보다 성숙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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