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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도전!인생2막)"자신있고 즐거운 일에 인생 후반 걸었죠"

②손경애 대표 "아이들을 위한 책 만들고 싶어"

2012-12-26 06:00

조회수 : 5,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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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25년간 3000권이 넘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어느덧 쉰이 넘었고 회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죠. 아쉬웠어요. 책을 만드는 일이 가장 즐겁고 제일 잘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1인 출판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도서출판 명주의 손경애 대표(55, 사진)는 지난 25년간 출판업계에 몸담으며 3000여권의 책을 직접 만들었다.
 
3000권. 사실 3000이라는 숫자만으론 짐작이 안됐다. 급하게 우리나라 평균 독서량이라는 검색어를 포털사이트에 집어 넣어봤다. '직장인 1년 평균 독서량 14.8권', '우리나라 성인들 독서량 9.9권'.. 굳이 이 같은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 비로소 3000권이란 숫자가 더 눈에 들어왔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라
 
"직접 출판사를 차리지 않는 이상 쉰 살이 넘어서까지 회사에 남아 있기 힘들어요. 한국사회 특성상 직원들이 불편해합니다. 자연스럽게 출판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여명(餘命)은 길어졌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3000권이라는 책을 만드는 동안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썩히기도 아까웠다. 생각해보니 그녀가 가장 기쁨을 느끼는 일도,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도 '책'을 만드는 일이었다.
 
영업, 마케팅, 경영관리 직원들을 모두 갖춰놓고 시작하면 승산이 없었다. 책을 만드는데 있어서 만큼 모든걸 경험해봤던 그녀였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을 응집해 1인 출판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왕따와 폭력이 난무하는 아이들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뤄보고 싶었죠. 어린이 심리치료 콘텐츠가 눈에 들어왔어요."
 
◇커뮤니티 활용,아이디어 공유하라
 
평소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어린이 심리치료 콘텐츠로 책을 만들기로 했다. 콘텐츠는 있는데 막상 출판사를 차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이 운영하는 비즈플라자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무료로 사무실을 제공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비슷한 목적을 갖고 모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다.
 
"정보기술(IT)에 무지했던 제가 이북(e-book)으로 책을 출판하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곳 커뮤니티 속에서 가능했습니다. '창업윈윈'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렇게 '도서출판 명주' 탄생됐고, 기획이 좋았던지 정부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12월 현재 저자와 그림작가 섭외를 마쳤고, 이르면 내년 도서출판 명주의 첫 작품이 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책을 만들었던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녹여냈다.
 
"아이들의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을 높여야 합니다. 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책을 통해 희망을 품고 사는 아이들을 키워내고 싶어요."
 
◇ "시니어 경험 사회적으로 활용해야"
 
1인 출판업자로 전향했지만 능력에 상관없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밀려날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아쉽다.
 
"25년간 출판업계에 몸담으며 프랑크푸르트, 일본, 중국 등 북페어를 다녀봤습니다. 미팅할 때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60세 이상의 할아버지들도 많아요. 부러웠습니다."
 
손 대표는 시니어들이 머릿속에 담고 있는 많은 노하우를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무시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했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연륜'이다.
 
유익한 철학이 있는 출판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출판사. 손경애 대표가 꿈꾸는 도서출판 명주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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