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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은행해외시장노린다)③'철저한 규제국' 싱가포르의 '틈새 공략'

지리적 요충지로 동남아 자본 집결

2011-01-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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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인간이 만든 지상 낙원, 이민가고 싶은 나라 1위(작년 8월 美 갤럽조사) 등 온갖 미사여구가 붙는 나라가 싱가포르다. 국토는 작고 자원도 없는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할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00달러에 불과했다. 지난 2009년 1인당 GDP는 3만7293달러, 세계 178개국 중 청렴도 1위인 나라가 됐다.
 
3개 타워 위에 유람선이 떠 있는 듯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바다 위 놀이공원인 센토사 섬 등 유명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싱가포르 도착 후 먼저 찾은 곳은 래플즈 거리(Raffles Street)였다.
 
래플즈라는 이름은 싱가포르에 처음 상륙한 영국인에게서 따왔다. 늪지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싱가포르에 동인도회사를 세우고 도시를 만든 사람으로 싱가포르의 유명 호텔, 병원 등이 아직까지 그의 이름을 쓸 정도다.
 
그 이름에 걸맞게 래플즈에는 세계 유명 은행이 서로 경쟁하듯 마천루가 집결해있다. 적도 지역 특유의 스콜성 강우에도 불구하고 점심 시간이 되자 수많은 인파들이 건물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싱가포르가 가진 금융의 매력은 뭘까? 이 곳 관계자들은 지리적 이점을 제일로 꼽는다. 위로는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밑으로는 인도네시아 서쪽으로는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대표국가들과 인접해있다. 도시국가답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점도 매력이다. 공항에서 시내 중심지까지 차로 30분 밖에 안 걸리고 싱가포르 강을 낀 마리나 베이를 따라 잘 정비된 거리와 건물도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택시기사를 비롯해 누구나 영어를 써 의사소통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 "동남아 묶는 허브 만들 것"
 
싱가포르에는 현재 우리,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이 진출해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 철수 했다.
 
박무령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장은 연체율 0%, 싱가포르 진출 국내 은행 중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했다.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신디케이트론 29% 국내 지사 및 상사 32%, 교포기업 39%로 구성돼 있다.
 
박 지점장은 "싱가포르는 은근히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며 "자국 금융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통화감독청은 자산유지비율, 유동성비율, 금융위기 발생시 유동성 관리 방안 준수 등을 꼼꼼히 따진다. 상품 개발은 자유롭게 하되 은행 건전성 규제는 철저히 하겠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건 외국계 금융기관의 경우 은행별 신용 수준이 아닌 국가별 신용등급에 따라 규제 수준이 다르다.
 
영업전략에 대해 박 지점장은 "니치 마켓(niche market, 틈새 시장)을 찾을 것"이라며 "동남아 금융센터를 비전으로 삼고 홍콩,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인도 뉴델리 사무소와의 연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이점을 활용, 현 지점을 금융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현지 은행 인수 등 적극 공략해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중 국내 9개 은행이 총 27개의 해외점포를 만들 예정이다. 작년 11월 은행법이 개정되면서 앞으로 국내 은행은 국외 점포를 만들 때 사전 협의 없이 원칙적으로 사후 보고만 하면 된다.
 
<2011년 은행 해외 진출 계획> 
 
국민 하나 신한 우리 외환 기업
5 4 3 3 3 3
 
(자료 : 금융감독원 / 법인, 지점, 사무소 포함)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점포가 늘어난 것은 한국계 기업의 영업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현지 고객 비중을 늘리려는 것"이라며 "법인 진출의 경우 초기 대규모 투자금이 발생하는 만큼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진출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전만 해도 3%에 달하던 국내은행 순이자마진(NIM)이 2%로 주저앉으면서 해외진출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금융이 저발전된 아시아 국가에 지점, 사무소가 아닌 현지 은행 인수 등 적극적 전략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 완화도 좋지만 특정지역 쏠림 현상이 생기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신규점포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족하면 금융사고가 증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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